지난 2005년 말 현재 상장 제조사들의 현금보유규모가 4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금보유 증가는 전체적인 흐름이 아닌 일부 소수기업들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영업성과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현금보유비중을 높이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재벌들 계열사가 더욱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연구위원과 최용석 경희대 교수는 24일 '기업의 현금보유 패턴 및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현재 기업들의 현금보유 증가를 투자위축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지만 이는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됐다는 외부적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현금보유 비중이 최근 들어 크게 증가했지만 실질적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임 연구위원은 "최근 현금보유가 증가한 것은 소수의 기업들이 현금보유 규모를 과거에 비해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관찰된 현상"이라며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현금보유가 증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특히 2005년 기준으로 현금보유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9개 기업을 제외할 경우 기업들의 현금보유 규모 증가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자사의 현금보유비율을 너무 높거나 혹은 너무 낮은 상태에 이르지 않게 관리하도록 하는 체계적인 현금보유비율 결정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연구위원은 또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에도 영업성과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영업성과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현금보유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영업성과의 불확실성이 과거에 비해 상승한 것도 우리나라 기업의 현금보유 패턴 변화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업성과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현금보유 비중을 높여가는 성향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뚜렷이 관찰되고 있다"며 "재벌계열사가 비재벌 계열사에 비해 영업성과의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재벌계열사의 현금보유가 비재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은 이러한 민감도의 차이에 기인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임 위원의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현금보유 비중과 미국 기업의 현금보유 비중을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의 현금보유 비중이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현금보유 증가를 주도한 주요 기업만을 고려할 경우에도 미국 주요기업의 현금보유 비중과 유사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 위원과 최 교수는 "현금보유 절대 규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상장사 전체 자산에서 현금보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 2006년 2년 연속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확보라는 재무구조 조정은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금보유 절대 규모의 확대에 일희일비할 필요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