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출산과 유치원 ‘오수생’

입력 2015-12-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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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엘리 정치경제부 기자

다섯 살짜리 딸을 위해 대학입시를 방불케 하는 유치원 입학 경쟁에 뛰어들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규칙과 사회성을 길러주는 데 유치원이 적합할 것 같아서다.

드디어 추첨 날, 추첨장은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모피 코트를 입은 원장 선생님은 반드시 등록할 학부모들만 남고 다른 곳을 생각하는 사람은 나가라고 했다. 하지만 나가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추첨은 릴레이 방식으로 원장이 처음 번호를 뽑고 당첨된 학부모가 나와 다음 당첨번호를 뽑는 식이었다. 당첨된 어머니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또 다른 어머니는 로또라도 된 듯 환호성을 질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에 진땀이 나고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드디어 끝. 원서에 적힌 번호는 불리지 않았다.

차로 20분 거리 유치원까지 원서를 넣었지만, 딸은 유치원 ‘오수생’이 됐다. 떨어진 곳의 경쟁률은 대부분 10 대 1을 훌쩍 넘겼다. 유치원 선생님은 누리과정 보육예산 논란으로 불안해진 학부모들이 유치원에 더욱 몰리고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저출산이 국가적인 문제라는데 왜 대한민국엔 아이 맡길 곳이 없을까.

정부는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2020년까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5개년 계획을 시행한다. 그동안 정부는 결혼 촉진, 다둥이 지원 등 갖가지 대책을 쏟아냈지만, 정책이 먹히지 않고 있다.

일자리 불안, 생활비 불안, 보육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한두 개 정책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전세든 월세든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져야 하고, 내집 마련에 대한 열망이 크다 보니 출산을 해도 한 명 낳는 선에서 끝낸다. 저출산 대책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지만 모든 주요 정책은 기획재정부가 다 붙잡고 있다.

‘믿고 맡길 곳’은 부재하고, 유치원 들어가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면 누가 아이 낳을 마음을 먹겠는가. 현실에 가까운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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