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려는 일이 현대시멘트 이익에 반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를 위한 것이기에 사비를 들여가면서까지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겁니다.” 정몽선(61) 전 현대시멘트 회장은 8일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법정 공방에 뛰어든 정 전 회장은 현대시멘트 경영 악화를 가져온 주원인이 파이시티 양재사업장 개발 사업 지급보증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호일 전 부회장의 주도로 실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지급보증이 이뤄졌으며, 경영 악화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도 회사가 이러한 책임 소재를 짚지 않아 자신이 나섰다는 것이다.
파이시티 프로젝트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시멘트는 파이시티 개발사업 시행사로 선정된 자회사 성우종합건설(이하 성우종건)에 지급보증을 섰다. 그러나 사업이 무산되면서 성우종건의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은 현대시멘트는 늘어난 부채비율을 감당하지 못한 채 2010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사업이 중단된 이후 매물로 나온 파이시티는 수년째 매각이 지연됐고, 이후 현대시멘트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전 회장은 “양재 사업장 전체 자산 8672억원에 대한 실사 없이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계열사에 지원했는데, 법적 요건을 제대로 챙긴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시멘트가 잘못된 지원을 했고 이자를 부담하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됐으니, 당시 이 일을 주도한 김호일 전 부회장 등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이주환 대표 측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전 회장은 특히 “성우종건에 1858억원의 자금이 지원된 경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 자금이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실무진의 전표 결재만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2010년 10월 최고경영자 자리에 있던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문제의 1858억원을 0원으로 소각 처리하는 절차가 진행된 점도 문제삼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시멘트 워크아웃이 계속되던 2014년 채무재조정 도중 대주주의 지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감자가 이뤄졌고, 정 전 회장의 현대시멘트에 대한 지배력은 약화됐다. 현 경영진이 출자전환을 강행한 것은 파이시티 지급보증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파헤쳐지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전 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면서 아쉬운 점도 토로했다. 현대시멘트의 현 경영진인 이주환 대표와는 매제 사이다. 정 전 회장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이 측근이라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가족들까지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현대시멘트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일들이 복잡하니 알아듣기도 힘들고 전달하기도 쉽지 않지만, 자사주 60% 이상을 보유한 주주였던 나만큼 (회사에 대해) 깊이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