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016년 이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정부와 협의를 거쳐 물가안정목표를 2%로 설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2012~2015년 물가안정목표는 2.5~3.5%였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새로운 물가안정목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계 및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대상지표, 적용시계는 물론, 물가안정목표 이외의 여타 통화정책 운영체제까지도 포함해 제도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 단일 목표치 제시·책임설명 강화…시장과의 괴리 줄인다
한은은 범위를 뒀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단일 수치를 제시했다. 범위를 두는 것은 불명확한 정책목표, 기대인플레이션 안착 곤란 등의 단점을 갖췄다는 지적을 수용해 반영한 것이다. 단일수치를 제시해 물가안정을 위한 한은의 정책의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 한은의 계획이다.
서 부총재보는 "1.5~2.5% 또는 2±0.5%와 같은 방식으로 목표를 제시할 경우, 1%대 물가상승률도 바람직한 수준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은은 단일 수치를 제시한 만큼 물가 변동성 추이를 주시하고,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을 위해 책임성도 강화했다. 물가목표를 일정폭 초과해 벗어날 경우 추가로 총재가 직접 나서 설명하는 장치를 도입했다.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을 점검하는 횟수는 연2회에서 4회로 늘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목표를 ±0.5%포인트 초과 이탈할 경우, 한은은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탈 원인, 물가전망 경로, 정책방향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6개월을 지나 ±0.5%포인트를 초과 이탈하는 상황이 3개월 지속되면 후속 설명 책임을 이행할 계획이다. 설명책임 이행 기준으로 적용한 ±0.5%포인트는 1~2%포인트 이상 이탈 시 추가 설명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엄격한 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한은이 제시했던 물가목표가 높아 현실과 괴리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면서 "명확한 단일 수치를 제시한 만큼 시장, 경제주체들과의 소통에 능동적으로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상지표 소비자물가지수로 결정…포괄성·인지도 우선 고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의 대상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CPI)로 결정했다. 근원물가지수, 민간소비지출물가지수(PCEPI)를 대상 지표로 고려해봤으나 속보성, 인지도 등이 우수하다는 판단으로 이 같이 설정한 것이다.
한은이 분석한 물가지표 특성을 발펴보면 포괄범위 항목에서는 CPI는 '높음', 근원물가지수 '낮음', PCEPI '높음'으로 각각 나타났다. 인지도에서는 순서대로 '높음', '보통', '낮음'으로 진단됐다. 다만, 안정성과 조절가능성에 대해서는 CPI가 모두 '낮음(공급충격)'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근원물가지수가 통화정책과의 관련성 및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포괄범위 및 인지도 면에서 단점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의 구매빈도가 높은 품목이 제외됨에 따라 체감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기대인플레이션의 준거로 활용되기는 곤란하다는 것. PCEPI는 포괄범위는 넓지만 속보성과 인지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CPI는 공급충격(에너지, 농산물 등)에 크게 영향 받는 단점이 있으나 넓은 포괄범위, 속보성, 인지도 등이 우수하며 정부예산, 연금 등과 관련한 국가 정책결정의 준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CPI가 경제주체들이 받아들이는 현실적인 수치고, 그동안 안정적 흐름을 보였기 때문에 대상지표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