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푸본생명의 대규모 자금수혈로 자기자본을 확충한 현대라이프가 후순위채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자금여력이 부족해 발행하지 못한 후순위채로 지급여력(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라이프는 최근 5년간 약 1600억원에 달하는 후순위채를 발행했기 때문에 향후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후순위채 발행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라이프가 1년2개월만에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는 이유는 푸본생명의 2000억원 증자가 완료되면서 자기자본이 늘어나 발행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9월말 기준 현대라이프의 자기자본은 1665억원에 불과했지만 증자로 자기자본은 대략 3800억원까지 급증했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 등에선 후순위채무액을 지급여력비율 가용자본의 하나인 보완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후순위채무액에 대한 보완자본 인정범위는 보험업법상 자기자본의 50%로 제한된다.
자기자본이 늘어나면서 후순위채를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이 800억원에서 1900억원까지 더 늘어난 것이다.
또한 증자 이후 바로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는 것은 RBC비율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지난 9월말 기준 현대라이프의 RBC비율은 109.5%로 금감원의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100%를 간신히 상회했다. 다만 푸본생명이 22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완료하면서 RBC비율은 212.2%로 2배 가량 높아졌다.
2018년부터 적용되는 IFRS4 2단계로 인해 RBC비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현대라이프가 2012년부터 16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기 때문에 이자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의 후순위채 발행금리는 4.91~5.3%로, 연간 이자만 해도 82억원에 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후순위채를 발행해 RBC비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산운용 수익보다 이자로 지급해야할 비용이 많아지는 것은 부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