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빈병 수거수수료를 인상하려는 환경부 방안을 철회토록 결정한 것에 국내 소상공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주류제조업체 입장만을 수용하고, 소상공인들의 경영현실은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함께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소상공인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가 슈퍼마켓, 체인사업자, 재활용자 등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빈병을 수거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해 놓고, 이제 와서 빈병 수거 비용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취급수수료를 제조대기업과 소상공인간 협상에 따라 자율 결정하라는 규제개혁위원회 결정은 주류 제조사와 도매점 간의 '갑을관계'를 간과한 것이라는 우려도 표했다.
체인사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이 35% 상승한 동안 소상공인들의 빈병수거 수수료 인상은 '0%'에 그쳤다. 소상공인들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두고 빈병 수거수수료 동결을 묵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유다.
소상공인들은 “‘갑’의 입장인 주류 제조대기업들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협상해서 결정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냐”며 “근로자 뿐 아니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노동에 대해서도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고 합당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시대적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류 제조사들은 지속적으로 주류값을 인상하면서 막대한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으며, 도·소매점의 빈용기 재활용 덕택에 결과적으로 신(新)병투입비용이 절감되는 편익을 누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환경부 입법예고안 통과시 주류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는 것은 국가 재활용 정책에 무임승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규제개혁위원회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지난주 규제개혁위원회와 환경부에 제출했다. 권영길 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소매업계는 환경 보호를 위해 수 년간 손해를 감수하면서 재활용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왔으나 현재 계속된 적자 누적으로 인해 업계의 인내심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더 이상 고통을 감수하면서 빈용기 재활용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소상공인의 마음을 헤아려 오는 24일로 예정된 규제개혁위원회 재심사 때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월 환경부는 빈용기 보증금ㆍ취급수수료 인상을 주요 골자로 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달 말 취급수수료를 시장자율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법적규율 필요성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