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미청구공사 금액의 적정성 등 4가지 회계 이슈를 내년 테마감리 대상으로 정하고 집중 감리에 나선다. 감사인 자율지정 신청제도도 도입한다.
23일 금융감독원은 사전예방적 회계감독과 감리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2016년 테마감리’와 감사인 자율지정 신청과 관련한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테마감리 대상으로는 △미청구공사 금액의 적정성, △비금융자산 공정가치 평가 △영업현금흐름 공시의 적정성 △유동·비유동 분류의 적정성 등 4가지 회계 이슈가 선정됐다. 이슈 선별에는 올해 발생한 주요 회계의혹과 감리 지적사례, 해외사례 등이 고려됐다.
미청구공사 금액의 적정성 이슈는 최근 건설·조선업종에서 공사진행률을 과대산정하는 등 평가의 적정성 문제로 관련 회계 의혹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내년 집중 감리 대상으로 꼽혔다.
장기공사를 수주한 A사가 공사가 50% 진행돼 발주처에 해당 대금을 청구했음에도 회계상으로는 진행률을 80%로 과대평가해 그 차액을 미청구공사로 계상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
금감원은 미청구공사금액의 변동성, 매출액·수주금액 대비 비율, 초과청구공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리대상 회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원자재 등 비금융자산 공정가치 평가와 관련해서는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는 추세가 배경이 됐다. 해당 자산들의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이를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등 비금융자산에 대한 고평가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 증권시장감독기구(ESMA)도 지난 10월 비금융자산과 부채에 대한 평가 및 공시에서 개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해 ‘공정 가치평가 및 공시’를 내년 중점감리대상 회계이슈로 선정한 바 있다.
또한 영업현금흐름이 양호한 것처럼 회계처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 감리가 실시된다. 현금흐름표상 영업현금흐름 정보는 기업평가나 대출 심사시에 현금과 현금성자산의 창출능력과 분식위험정보로 활용되는 주요 사항이기 때문이다.
2001년 미국 월드컵은 38억달러 규모의 비용을 투자로 바꿔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더 많이 벌고 투자를 더 많이 한 것처럼 회계처리 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금감원은 업종별 영업현금흐름, 영업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의 차이 분석 등을 통해 감리대상회사를 선정할 게획이다.
이밖에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실적 부진 등으로 한계기업이 단기채무지급능력이 양호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유동성 비율을 높이는 경우에 대해서도 집중 감리한다. 동종업종 평균 대비 유동성 비율과 채무증권발행내역 등이 지표로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내년 3월부터 회사가 자율적으로 공정한 감사를 통해 회계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감사인 자율지정 제도가 실시된다. 부정적인 회계처리에 대한 시각이 있는 회사에 대해 동일한 감사인이 계속 감사하는 경우 공정하게 감사 했더라도 불신을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대규모 회계분식 의혹이 제기된 경우 회사에서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먼저 조사하고 추후에 감독당국에서 감리한다.
금감원은 테마감리 이슈에 한정하지 않고 회사가 부정적인 회계처리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목적인 경우 자율지정 신청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자율적으로 감사인 지정 신청을 하는 경우 중도에 감사인 변경을 허용하고 당해 감리대상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박희춘 금감원 전문심의위원은 “테마감리 비중을 기존 30%에서 50% 수준으로 점차 확대해 상장법인에 대한 감리 주기를 단축할 것”이라며 “테마감리 이슈를 사전예고해 재무제표 작성단계에서 신중을 기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