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원 대 투자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이철(50) 대표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여러 혐의를 묶어서 재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사건은 판사 3명이 함께 심리하는 합의부로 넘어가 판결이 늦어질 수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판사는 24일 오전 11시 자본시장법위반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변호인은 "이 대표가 정치자금법 혐의로 추가 기소돼 또 다른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며 "두 사건과 관련된 증인이 많고 상당수가 동일인물인 만큼 두 개의 재판을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두 사건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으니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도 재판 병합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측이 사건을 합쳐서 심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변론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두 가지 사건에 대한 재판이 하나로 합쳐지면 증인이 늘어나고 심리도 까다로워져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형량을 합산해 수백 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가중처벌 규정은 재판이 병합돼도 형량을 단순 합산하지 않는다"며 "피고인 입장에서는 재판을 병합하는 것이 형량을 줄이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표처럼 구속된 피고인의 경우 재판이 늦어지면 그만큼 미결수 신분으로 형기를 채우는 셈이 돼 유리한 측면도 있다.
김 판사는 다음 기일을 내년 1월 14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잡고 "다음 기일 전에 재판 병합 여부를 결정해 통보해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2011년 9월부터 지난 9월까지 금융위원회의 인가 없이 약 7000억원 불법 투자금 모집한 혐의(자본시장법위반)와 확정수익을 보장·수신한 혐의(유사수신행위법위반), 투자금을 '돌려막기'한 혐의(사기)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조사과정에서 김창호(59) 전 국정홍보처장에게 2012년부터 2014년 초까지 6억29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추가 기소돼 또 다른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