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2015년 유통기업으로 부활의 날개짓을 펼쳤다. 중공업 위주의 사업을 재편했던 두산이 면세점 전쟁에 뛰어들면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탈출해온 생존전략을 다시 한 번 꺼낸 것이다.
한때 식품 등 소비재 사업과 결별을 선언했던 두산이 다시 유통으로 눈을 돌린 것은 중공업 계열사 등의 실적 악화 등으로 재무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짙어진 글로벌 경기불황에 중공업, 기계 등 주요 사업군의 실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활발한 M&A(인수합병)의 후유증이 컸다. 지난해만 3차례 희망퇴직으로 논란이 된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재무구조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이 지난 2007년 인수한 밥캣으로 꼽힌다. 두산은 미국의 소형건설기계장비 업체인 밥캣을 49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차입매수 방식으로 조달한 자금의 이자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면세사업에 진출하는 동시에 사업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산업체 두산DST는 물론, 최근 3~4년간 영업이익률 10%대의 고수익을 유지해온 두산인프라코어의 알짜 사업인 공작기계 사업의 경영권까지 매각하는 등 알짜 사업부를 털어내 그룹의 장기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이번 공작기계 부문의 완전 매각에 성공할 경우 최대 1조5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 부채비율을 100% 선으로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