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중국·중동발 악재가 맞물리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우리 기업들의 경영가도에 암초가 하나 더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선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중동에서는 정정 불안이 고조되면서 산업계가 대(對) 중동 수출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극한 대치로 국제유가도 방향을 알 수 없게 됐다. 자칫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해외 건설의 텃밭인 중동 수주가 위축되는 등 한국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북미지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인 중동지역의 정세가 안갯속에 빠질 경우 해외 판매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에서 중동지역 자동차 수출 물량의 90%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정세 불안이 수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서 중동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 물량도 2010년 58만대 수준에서 지난 2014년 62만대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유가 하락이 지속되고 시리아 내전과 테러 등으로 정정 불안이 가중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수출 물량이 다시 60만대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업계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원유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치킨게임’을 벌이면 장기적으로 유가가 더 떨어지는 등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조선업계는 저유가로 몸집줄이기에 나선 중동 산유국과 시추업체들의 발주물량 취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경기 둔화 그림자가 짙어진 중국에서 증시가 또다시 폭락하는 등 차이나 쇼크가 재연되면서 대(對) 중국 수출 전선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미 국내서는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져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주가가 3% 안팎 빠지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경우 중국 토종업체의 선전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철강업계 역시 중국 증시 폭락이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중국 경기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실물경제 위축이 가속화할 경우 한국 산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