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아직 익숙하지는 않아도 누구나 “아, 그것!”이라고 할 만큼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최신 기술이다. 오는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서도 VR 기술과 기기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VR 시연 전용관까지 마련됐을 정도다.
CCS 인사이츠의 벤 우드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소비자들이 VR이 무엇인지를 잘 인식하게 되는 의미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드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매출 증가속도가 둔화되면서 기술 업계의 관심은 재빨리 VR로 넘어가고 있다.”면서 “페이스북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와 소니 등이 모두 VR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오큘러스 창업자 “긴 관점에서 VR 확산을 봐야할 것”
설명대로 올해가 VR에 있어 의미있는 해는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의 사용까지 확산될 만한 단계는 아닌 듯 보인다.
대표적인 VR 업체 오큘러스 VR의 창업자 팔머 럭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하고도 구체적인 얘기를 늘어놨다. 지난 2012년 부모님과 살고 있는 집 차고에서 시작한 오큘러스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팔머 럭키는 당장 VR이 우리의 삶을 당황스럽게 바꿔놓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며 좀 더 긴 안목에서 기술과 삶의 변화를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럭키는 4일(현지시간) FT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이 좀 더 개발돼 현재 사용자들에게 주된 기기인 스마트폰을 대체하려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첨단 컴퓨팅 기술로 진화하거나 매우 슬림한 모양의 VR 기기를 내놓기 전까지는 마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안경을 쓰듯 VR 기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쓰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고 기기 개발을 위한 비용도 절감하면서 질도 높이기 위패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VR을 바라봐야 할 것이란 얘기다.
좀 더 구체적인 시간도 얘기했다. 럭키는 “아마 5년쯤은 걸릴 것이고 10년이 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VR 기기가 안경처럼 슬림해지는게 가능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현재 오큘러스의 제품 ‘오큘러스 리프트’는 크고 무거우며 착용하고 걷거나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오큘러스는 오는 6일 CES에서 새 제품의 선주문을 받을 것이며 1분기에는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VR 기기 사용에는 현재는 돈도 많이 든다. 럭키는 “헤드셋과 고품질 그래픽 구현이 가능한 PC 등을 다 갖추려면 1500달러쯤은 든다.”고 밝혔다.
VR을 통해 과연 소비자들이 ‘무엇을’ 소비하게 되느냐의 문제도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게임에 활용되는 것 이상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럭키는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산 것을 매우 중요하다면서 “VR 기술이 소셜 서비스와 연계되면서 스카이프나 문자 메시징 등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완전히 뒤엎혀버릴 것”이라고 봤다. 결국은 면대면 만남이 불필요해질 것이며 실제로 어딘가를 방문하거나 하는 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VR 콘텐츠와 마케팅 질적 향상 필요”
미디어와 기술과의 접합에 중점을 두고 있는 미디어시프트(Mediashift)는 VR 기술이 더 강력해지고 이를 통한 콘텐츠 마케팅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미디어 업계가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디어시프트는 4일 "올해는 VR 미디어가 주류로 들어올 해"라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10월 유료 구독자들에게 구글의 카드보드를 지급한 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서 ‘NYT VR’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VR 뉴스를 경험하도록 했던 것은 주류 언론이 VR을 활용하려한 좋은 예였고,
미니쿠퍼나 제너럴일렉트릭(GE), 나이키, 보드카 앱솔루트 등은 VR 광고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나이키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네이마르 축구화 광고를 냈는데 VR 기기를 쓰고 보면 마치 축구 스타 네이마르처럼 달리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미디어시프트는 2016년에는 이러한 시도를 지나 보여주는 내용의 질적 향상이 이뤄져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즈피드나 복스, 패션잡지 리파이너리29 등에서 보는 수준은 되어야 VR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