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을 잇따라 빠져나오면서 지난해 하반기까지 6개월 연속 순유출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 결과 신흥시장의 자금 유입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로 최저치를 기록하게 됐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국의 채권·주식 시장으로 유입된 투자금 규모는 410억 달러 정도에 그쳤다. 이는 2014년(2910억 달러)은 물론 2009~2014년 평균 유입 규모인 2760억 달러에 비해 7분의 1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을 빠져나간 자금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460억 달러였다. 특히 신흥시장의 자금유출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6개월 연속 이어졌다. 로빈 쾨프케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신흥시장은) 두드러진 약세를 보였다”면서“6개월 연속 자금 유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IIF는 이러한 신흥시장 자금 이탈의 배경으로는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신흥국 자국 내 요소들도 신흥국 시장 투자 선호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원자재 시장 약세로 인한 신흥국 시장의 성장 둔화 우려도 투자금 유출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고 IIF는 설명했다.
다만, 신흥국 경제성장이 개선되면서 투자시장 자금 사정은 올해 들어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쾨프케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그는 올해 신흥국 성장률이 4.1%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종전의 전망치 3.6%에서 0.5%포인트 끌어올린 것이다. 쾨프케는 “신흥국 성장률치고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침체기를 겪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브라질 등이 올해 분기 성장률이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I중국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IIF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 6.9%에서 하락한 6.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쾨프케 연구원은 “경착륙은 아니지만 성장 둔화로 인해 글로벌 경제를 뒷받침하는 힘이 과거보다 다소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