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ㆍ롱폼저널리즘 지향’ 알자지라, 미국 안착 실패

입력 2016-01-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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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 일며 인재 이탈..자금줄 카타르도 유가폭락으로 재정난

‘중동의 CNN’으로 불리는 알자지라의 미국 안착이 실패로 돌아갔다. 내부 불화 등으로 고전한데다 시청률도 개의치 않겠다고 할만큼 든든한 자금줄인 카타르 정부도 유가 폭락에 휘청이면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알자지라 아메리카(AJAM)는 지난 2013년 8월 개국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소유하고 있던 커런트TV를 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케이블 채널 진입이 가능했다.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사실에 근거하고, 깊이 있는 롱폼 저널리즘(long-form journalism;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장문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세하고 깊이있게 기사를 쓰겠다는 움직임을 지칭)을 구현하겠다.”고 자신했다. 이는 시청률, 돈 걱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유주 카타르 정부는 당시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움직이는 고유가로 주머니가 넉넉했다. 따라서 광고를 적게 틀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그랬다. 셀럽(유명인)들에 대한 가십, 정쟁 등 시청률에 효과가 있다고 여겨진 뉴스들은 지양했고 CNN과 MSNBC 등처럼 화려한 그래픽을 구현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개국 2년여 만에 오는 4월30일 문을 닫는다(뉴욕타임스)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개국 2년여 만에 오는 4월30일 문을 닫는다(뉴욕타임스)
그러나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알 시하비 전 최고경영자(CEO)가 반 유대주의, 성차별 등을 일삼으며 공포 문화를 만들어 내홍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인재들이 떠났으며 소송이 잇따랐다. 결국 CEO가 교체됐지만 이번엔 유가 폭락으로 인해 실험과 모험을 계속할 동력을 잃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선을 위협하며 하락 중이라 버틸 수 없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카타르 경제의 90%는 에너지 부문에서 나온다.

알자리라 아메리카는 이상적인 저널리즘 실현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 프라임 타임 시청자수도 3만 명을 넘지 못했다. 따라서 카타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가 쏟아부은 자금은 20억달러 가량이다.

‘중동 방송국’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없었던 것도 한계였다. 타임워너는 커런트TV와 맺고 있던 송출 계약을 알자지라 아메리카로 채널이 바뀌자 끊어버리기도 하는 등 망 사업자들과의 관계가 원활치 못했다. 지난달 방송된 프로풋볼(NFL) 인기 선수 페이튼 매닝의 도핑 의혹 다큐멘터리로 주목을 끌었으나 이를 두고 ESPN 해설자인 마이크 디트카는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쓰레기 같은 채널이며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알 앤스티 CEO는 13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알자지라 아메리카 이사회는 우리의 사업모델이 미국 미디어 시장이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긴 미래를 내다보며 열심히 일했던 여러분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결정이다. 그러나 이 결정이 우리가 추구했던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훌륭한 저널리즘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앤스티 CEO는 또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닫지만 알자지라가 추진해 온 세계적인 디지털 서비스 확장은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자리라 아메리카는 오는 4월30일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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