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은 ‘거울’이라는 시에서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라고 했다. 그리고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라고 했다.
은감불원(殷鑑不遠)을 소개하면서 거울의 의미와 효능을 이야기했지만, 거울은 자의식을 상징하는 장치이다. 거울을 보는 것은 자기점검이자 반성이며 미래에 대한 전망과 예측까지 지향하는 행동이다. 명심보감 성심(省心)편에는 “미래를 알고 싶다면 먼저 지난 일을 되돌아보라”[欲知未來 先察已然]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명심보감의 그 다음 문장도 공자의 말이다. “맑은 거울은 몸을 살피는 수단이요, 지나간 일은 지금을 아는 수단이다.”[明鏡 所以察形 往古 所以知今] 이 말을 줄여서 만든 게 명경조형(明鏡照形)이다.
중국 명나라 후기에 편찬된 ‘석시현문(昔時賢文)’은 중국인들이 일상 대화에서 많이 쓰는 속담과 기언을 모은 명언 명구집이다. 고금현문(古今賢文)이라고도 하는 이 책에도 옛일을 거울삼으라는 말이 나온다. “옛날의 어진 이들이 그대에게 거듭 일러 친절하게 가르치니 그 글을 모아 운을 맞추고 문장을 더하였나니 많이 보고 많이 들으라. 오늘을 살피고자 하면 옛것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 옛것이 없으면 지금이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昔時賢文 誨汝諄諄 集韻增廣 多見多聞 觀今宜鑑古 無古不成今]
그런데 “과거사는 밝은 거울과 같지만 앞날의 일은 어둡기가 칠흑과 같다.”[過去事 明如鏡 未來事 暗似漆] 이것도 공자의 말이다. 보이지 않는 나의 미래사는 어떤 모습일까. 잡아함경(雜阿含經)의 부처님 말씀을 들어보자. “전생의 일을 알려 하는가. 금생에 겪는 바로 그것이다. 내생의 일을 알려 하는가. 금생에 짓는 업이 바로 그것이다.”[欲知前生事 今生受者是 欲知來生事 今生作者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