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대내외 경기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적극 나서면서 각 기업별 생존전략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불황기에는 씀씀이를 줄이는 법이다. 이 때문에 비핵심자산을 정리해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알뜰형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한켠에선 구조조정ㆍ조직효율화를 꾀하면서 과거 불황기와 달리 M&A와 투자규모를 확대해 제2도약을 꿈꾸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 구조조정·조직효율화는 기본… 원가절감TFT 만들고 불요불급 비용 최소화 = 기업들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되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그룹은 보유 중인 전용기 3대와 전용헬기 6대를 대한항공 측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생명은 태평로 본사를 비롯한 여러 곳의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영그룹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를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해외출장을 최소화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또 매년 제작하던 2016년 새해 달력도 만들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소모성 경비를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이라는 오더를 받았다”며 “가급적 작은 것이라도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들을 찾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원가절감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며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 생산라인을 재점검하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공정으로 다시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LG그룹 계열의 LG전자는 엘리베이터 야간운행 시간조정 등 에너지절약을 위한 5대방안을 실시하며 전력절감을 실천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불황이 일찍 찾아온 조선 중공업 업계가 다급하다. 대우조선은 지난 연말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해 헬기 등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있다. 거제까지 비행기로 이동하던 삼성중공업 직원들은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거제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출장을 가는 게 일상화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한달의 무급휴가를 권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 11일 자회사 디아이피홀딩스(주)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의 지분 4.99% 전량 매각을 완료했다. 포스코는 국내 47개 법인을 포함한 총 228개 법인 중 지난해 말까지 총 19개를 정리했다. 팔 수 있는 것을 내다팔아 불황의 파고에 대비한 현금을 확보하면서, 전사적인 비용 절감에 돌입한 모양새다.
◇ 위기를 기회로 ‘M&A와 대규모 투자로 역성장 늪 탈출하자’ = 공격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잡으려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지난해 11월 OCI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원에 인수했다. 또 같은달 SK텔레콤은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롯데그룹은 국내·외 M&A에 따른 사업 재편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장기 불황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좋은 기업이 나오면 언제든 사겠다”는 것이 신동빈 회장의 M&A 철학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약 3조원에 인수하는 ‘메가 빅딜’을 단행했다. 빅딜을 통해 화학 산업을 유통·서비스와 함께 롯데그룹의 3대 축으로 사업 재편을 일궈냈다.
한화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명제로 내실 경영을 통해 난국을 타개하기로 했다. 수 년 전부터 본질적인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단행한 한화그룹은 ‘더 경쟁력 있는 기업, 더 효율적인 기업’을 만들고자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2014년 하반기 한화L&C의 건자재 사업부문과 제약 계열사인 드림파마를 매각했다. 대신 한화는 삼성그룹의 방산·화학부문 4개사를 인수하며 핵심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시켰다.
업종별로는 유통업계가 M&A를 통한 핵심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중국 바이오기업 메이화성우(梅花生物)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역시 올해 M&A를 통한 종합식품회사로 도약을 꿈꾸고 있으며, 현대백화점도 기회만 된다면 좋은 매물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구상을 잡고 있다.
◇ 중소기업계 체질개선 한창 = 일부 중소기업들 역시 선제적 대응으로 체질개선이 한창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불황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선제적으로 움직여 특성화된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 소재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인 새희망은 안정적인 생산기반 구축으로 장기 불황에 맞서고 있다. 임정택 새희망 대표는 “경기불황에도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술, 장비 등 생산기반 구축에 돈을 아까지 않았다”며 “인력도 2014년 36명에서 지난해 46명으로 10명을 추가 채용하는 등 인력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에 있는 가구 제조 C중소기업도 불황 극복을 위해 설비투자를 통한 생산효율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이 업체는 2억원 상당의 ‘밀러볼링기’라는 자동화설비를 구입해 생산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장기적인 불황기에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방음벽·방음판 제조 중소기업인 삼정스틸도 신규 아이템 개발과 영업활동 강화로 불황 타개에 노력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10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신규 아이템인 ‘그레이팅(grating)’ 개발에 나서는 한편 싱가포르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삼정스틸은 올해 1000만불 수출의 탑 수상을 목표로 해외영업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