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를 팔 때 돈을 내야 하는 기현상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원유가 넘쳐나다 보니 급기야 원유 생산업체가 저품질 중질유를 팔려면 정유업체에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졌다고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유회사 플린트힐스 리소시스는 지난 15일 자 노스다코타 산 중질유 구매가격을 배럴당 마이너스(-)0.5달러로 책정했다. 노스다코타 산 중질유 생산업자가 정유회사에 이를 팔려면 배럴당 0.5달러를 내야한다는 의미다. 회사는 이날 원유 구매가격을 다시 배럴당 1.5달러로 고쳐 고지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노스다코타산 중질유의 1년 가격은 배럴당 13.5달러였고, 2014년 1월에는 47.60달러였다.
플린트힐스는 미국 억만장자인 찰스 코크와 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운영하는 에너지기업 ‘코크인더스트리즈’의 정유사업부로 이 회사가 게재하는 유종별 구매 가격표는 다른 정세회사들에 기준가격이 된다. 경쟁사 플레인스올아메리카도 남부텍사스산 중질유 구매가격을 배럴당 13.25달러, 오클라호마 중질유는 배럴당 13.5달러에 각각 공지해 저가구매대열에 합류했다.
노스다코타 산 중질유 가격이 일시적이나마 마이너스로 표시되고 이후 수정했지만, 여전히 제로(0) 근처에서 맴돈 것은 해당 중질유가 극도로 저품질이기 때문이다. 원유는 품질과 정제회사로의 운반비용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노스다코타 산 중질유는 유황을 다량 함유해 품질이 매우 낮다. 정유업체는 이를 정제해서 파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품질 원유를 실어나를 송유관도 부족하다. 송유관회사 엔브리지는 2011년부터 노스 다코타산 중질유 송유관 이용 허가를 중단해 운송 비용도 비싸다. 노스다코타에서 유황 함량이 높은 중질유는 하루 1만5000 배럴 미만으로 생산돼 전체 원유생산량 중 극히 일부를 차지한다.
그러나 원유 구매가격이 마이너스로 하락한 것은 미국 석유업계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국 원유시장의 기준지표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18개월 간 70% 넘게 추락해 지난주 12년 만에 종가기준 배럴당 30달러 선이 무너졌다.
앤디 리포우 리포우석유 회장은 “석유 생산업자에게 석유를 판매하려면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차라리 유정 폐쇄가 더 낫다는 뜻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