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주요 3개국을 순방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일정으로 이란 땅을 밟았다. 세계 각국이 빗장 풀린 이란 시장 재진출을 추진 중인 가운데 가장 먼저 세일즈 외교에 나선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고위급 정치·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출발해 당일 밤 이란 테헤란 공항에 도착했다고 이란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서방의 대(對)이란 제재가 지난 16일 전격 해제된 가운데 외국 정상이 이란을 방문한 것은 시 주석이 처음이며 중국 최고지도자가 이란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14년 만의 일이다.
시 주석은 테헤란에 도착한 직후 “현재 중국과 이란은 양국 관계에서 새로운 경제 개발 기회를 맞이했다”며 “중국은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이란과 협력하고 양국 관계와 실질적 협력 수준을 격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 기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회동하고 정치·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또 두 정상이 참석한 자리에서 양국은 경제와 산업, 문화, 법률 등 14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이란 외무부는 설명했다.
이번 순방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는 양국 간 협력 강화다. 중국과 이란은 시 주석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 관계로 격상할 것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란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일대일로’에 적극적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제재 상황에도 에너지 협력을 중심으로 이란과 협력관계를 꾸준히 격상해온 가장 대표적인 나라이다. 양국 교역액은 2014년 약 520억 달러(약 62조원)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31.5% 증가한 수치다.
한편, 시 주석이 이번 방문 기간 최근 고조된 이란-사우디아라비아 갈등을 완화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에 앞서 시 주석은 시 주석은 19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나서 20일에는 이틀간의 일정으로 이집트를 방문했다. 시 주석은 사우디와 이집트 방문 당시 시리아 내전과 예멘 사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중동의 주요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아랍권에 인도적 재정지원도 약속했다. 이 같은 선언은 중국이 아시아를 넘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인 중동으로 경제·외교안보 보폭을 넓히는 ‘중국판 중동 개입전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