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딱지떼기⑦] ‘워딩’은 빠르게, ‘내용’은 다르게…

입력 2016-01-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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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9기 수습인 박규준(왼쪽부터), 이광호, 이새하, 김하늬 기자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이투데이 9기 수습인 박규준(왼쪽부터), 이광호, 이새하, 김하늬 기자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속기사는 회의, 강연, 강의, 좌담회 등에서 발언내용을 속기부호로 빠르게 받아쓰고, 이를 다시 평상문자로 번역해 내용을 수정, 편집해 문서로 작성하는 일을 한다. 집중력, 기억력, 꼼꼼함을 요하는 직업이다. 이와 못지않게 국회 출입기자도 빠른 타자 속도를 자랑한다. 국회의원들의 말을 모두 담아야하기 때문이다. 속기사의 타자 속도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역사’를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부분이 있다.

국회는 ‘워딩(wording) 훈련소’라고 할 수 있다. ‘말(末)진’ 기자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타자를 많이 친다. 매일 같이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니, 독수리 타법이었던 타자 솜씨도 이제 제법 빠른 손놀림으로 바뀌었다. 노트북은 거친 손길에 흠집으로 만신창이가 된 것은 물론이다.

그래도 부족함은 여전하다. 손가락 스트레칭을 한 뒤 노트북을 펼쳐보지만 ‘구멍’은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집중하고 타자를 쳐도 놓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중요한 발언이 나오면 기사 작성은 어려워진다. 완벽한 워딩을 담아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 기자회견장. 이 자리에서 많은 말들이 나온다. (이광호 수습기자 khlee@)
▲국회 기자회견장. 이 자리에서 많은 말들이 나온다. (이광호 수습기자 khlee@)

워딩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들은 현장에서 정치인의 입만 바라보다가 말을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옆 사람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아까 뭐라고 했어요?”, “아…”, “공유해줄 수 있어요?” 등 곳곳에서 S.O.S 요청이 빗발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크로스체킹’이 필요하단 얘기다.

현장 기자들은 서로 놓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꾸미’를 활용한다. 타사 기자들과 워딩을 공유하는 ‘카톡방’으로 이해하면 된다. 각 언론사에서 한명만 들어갈 수 있는 나름의 룰이 있어 국회 출입 초반에는 꾸미를 만드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꾸미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꾸미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몸이 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 안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기자회견·간담회·회의 등이 열리면 답답해진다. 우선 순위를 두고 챙기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부 중요할 때도 있다. 꾸미는 이럴 때 유용하다. 한 장소에 있어도 여러 곳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회 기자실 밖 휴게실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모습. 기자들은 이곳에서 잠시 머리를 식힌다.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이광호 수습기자 @khlee)
▲국회 기자실 밖 휴게실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모습. 기자들은 이곳에서 잠시 머리를 식힌다.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이광호 수습기자 @khlee)

꾸미에서 오가는 워딩은 취재기사의 기본 재료가 된다. 우선 재료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하고 ‘요리’를 시작한다. 여기에 정치권 관계자 혹은 정치평론가 등을 취재해 양념을 만든다. 이를 잘 버무려 살살 익히면 비로소 요리가 완성된다. 맛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에게 맡긴다.

같은 재료를 갖고 기사를 쓰다 보니 전반적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과 똑같이 쓰면 흡입력만 떨어질 뿐이다. 하지만 조금 더 고민해보고 글의 제목과 전문을 바꾸면 무게감이 달라진다.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언제나 끝이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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