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전략기획담당 이동철 전무를 팀장으로 한 10명 이내의 현대증권 인수 TF팀을 구성 중이다. TF팀은 현대증권의 상세실사를 준비하고, 인수 이후 KB투자증권과의 합병 시너지 등에 관한 연구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KB금융은 모건스탠리와 딜로이트 등으로 구성된 인수 자문단을 조만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KB금융 측은 현대증권 인수 작업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실무 부서에서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문의가 많지만 답변에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는 KB금융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대해 대우증권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이 해결되지 않아 부담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을 것이란 관측이다.
KB금융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 이어 대우증권 인수전까지 비은행 사업 확대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에 연달아 실패했다.
대우증권의 경우 다른 인수후보들과의 예상 가격이 경쟁적으로 부각되면서 결국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미래에셋증권의 통 큰 베팅에 밀리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이후 갑자기 조용해진 이유로 김옥찬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사장은 TF팀으로부터 수시로 보고받는 등 현대증권 인수 작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 10월 내정된 김 사장은 애초에 대우증권 인수전을 주도하려고 했으나 그가 맡고 있던 SGI서울보증의 후임자 인선이 늦어지면서 취임이 1월로 늦어졌다. 김 사장 입장에서 현대증권 인수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려는 KB금융의 최대 목표에 대한 사실상 첫 경영 시험대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증권 이후 당분간 대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오기 어렵고, 5000억~7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인수대금이 매력으로 주목돼 잠재후보군이 늘고 있다”며 “김 사장이 매우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증권 인수전은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가 LOI를 제출해 2파전으로 압축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키움증권과 중국계 푸싱그룹, 안방보험그룹이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가면서 5~6곳의 인수후보 간 경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