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오는 26일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상장을 앞두고 공매도 덫에 걸려 급락하면서 10년 만에 1만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번 급락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하락에 배팅하는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리자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피하고자 보유 중인 신주 물량을 처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회생을 위해 마련한 현금 3000억원을 주가방어 차원에서 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전날보다 8.02%(870원) 떨어진 99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들어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장중 한때 96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우선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하락은 유상증가 물량부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물량(1억5600만주)이 상장 물량의 3배 이상이어서 시장에는 신주의 대규모 상장 이후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형성됐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지난 23일 공매도 물량은 전날보다 3배가량 늘어난 13만2393주로 거래 물량의 13.8%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날 주가가 특히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진 것은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한 매도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2일부터 5거래일간 거래된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주인수권은 최고 2690원(상장가격)에 거래됐다. 신주인수권 발행 첫날 2690원에 매입한 투자자라면 여기에 신주 발행가액 8110원을 더해 총 1만800원에 신주를 획득했기 때문에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1만800원 위에 있을 때 팔아야만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날 삼성엔지니어링이 ‘손익분기점’에 접근한 1만850원으로 거래를 마치자 매도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이날 삼성엔지니어링은 기타매매에서 11만3958주가 순매도되면서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26일 상장 예정인 유상증자 신주 물량이 유상증자 신주의 추가상장분을 2거래일 전부터 매도할 수 있는 ‘입고전매도’ 형식으로 미리 빠져나간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입고전매도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거래하는 공매도와 달리 기타매매로 분류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오는 26일 유상증자 신주가 상장 이후에도 좋은 흐름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회생을 위해 마련한 현금 3000억원이 어떻게 쓰일지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 이 부회장이 보유 중인 현금 중 어느 정도를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에 사용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목적으로 마련한 3000억원 중 일부 자금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할 것으로 안다”며 “다만 방식이나 매입 금액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