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라면명가’ 삼양식품이 지난해 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전인장 회장 체제로 돌입한 뒤로 경영실적이 악화일로를 보여온 뒤 5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전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25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34억300만원의 당기순손실(연결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이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외환위기의 터널을 통과했던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1억4300만원으로 전년대비 26.47% 쪼그라들었고, 같은 기간 매출액도 7.56% 감소했다.
삼양식품의 경영실적은 최근 몇 년간 악화일로다. 묘한 지점은 삼양식품의 곤두박질이 전 회장의 경영 시기와 겹친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세자릿수를 유지하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기까지 매년 뚜렷한 하락곡선을 그렸다. 그나마 전중윤 창업주가 공동대표를 맡았던 2009년까지 250억원대였던 영업이익은 현재 약 4분의 1토막이 났다.
‘본업’인 라면사업은 2011년까지만 해도 라면시장에서 16%의 점유율로 농심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12년 점유율이 12%로 뚝 떨어지면서 2위 자리를 오뚜기에 내줬다. 삼양식품은 현재까지도 오뚜기에 5%가량 뒤진 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전 회장이 추진한 외식사업 분야(호면당)도 적자를 면치 못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오너일가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다. 전 회장이 단독 경영을 맡은 후부터 계열사 부당지원, 오너 일가 부당이익 편취, 페이퍼컴퍼니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지며 기업 이미지마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에는 ‘집안기업’ 내츄럴삼양에 부당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 26억원을 부과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라면시장에서 삼양식품은 미투(me too)제품(타사의 히트작을 모방한 유사제품) 출시에만 주력해 오면서 영업력과 기획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인장 회장이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외식사업은 이미 심각한 ‘레드오션’이어서 앞으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