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최초로 한화생명이 연이율 10% 안팎의 중금리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출범으로 중금리시장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은 중금리 시장 진출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신용대출의 리스크가 크고 시행중인 신용·약관 대출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24일 빅데이터 업체인 (주)핀테크와 손잡고 신용등급 1~7등급 대상의 중금리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대출한도는 300만~3000만원, 연이율은 4.5~13.5%인 중금리 상품이다. 보험사가 빅데이터 기반의 대출상품을 출시한 것은 처음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정교하고 세분화한 신용등급모델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우량 고객군을 발굴해 대출해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생명·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동부화재·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해상만 관심은 있지만 업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다른 대형사들이 중금리 대출에 부정적인 이유는 중신용자 대출 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할 만한 정교한 신용평가모형이 없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 비가입자 등 외부 고객군의 대출 리스크까지 평가하려면 빅데이터 기법이 필요한데, 현재 그런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중금리상품을 출시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아예 신용대출 자체를 보수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대출리스크가 높을 수 있는 중금리 대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보험사들이 10% 안팎의 신용·약관대출을 내놓고 있어 굳이 중금리 대출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월 기준 삼성화재는 4~6등급 고객 대상으로 11.28~12.89%, 동부화재는 8.72~11.95%, KB손보는 8.6~15.31% 등 10% 내외 신용대출을 하고 있다. 생보사들 중에선 삼성생명은 4~5등급 대상으로 12.29~13.13%, 교보생명은 4~6등급 대상으로 9.56~12.51% 수준의 대출을 하고 있다.
보험료 담보대출인 약관대출(금리확정형)도 1월 기준으로 삼성화재 6.82%, 동부화재 6.95%, KB손보 5.63%, 삼성생명 9.26%, 교보생명 8.11% 등 연 10% 안쪽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신용등급모델을 정교화해 금리를 조금 내릴 순 있겠지만 이미 여러 루트로 10% 내외 대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별도의 상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다른 보험사들도 중금리대출을 내놓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나 핀테크를 접목한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금리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고객 위험도 평가"라며 "빅데이터와 핀테크를 활용해 대출한도, 상환능력 등 고객평가를 정교하게 해야만 중금리대출에서 수익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