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호갱 된 듯한 기분”…CGV 좌석차등제, 스타벅스 ‘별갑질’과 닮았다

입력 2016-03-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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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5일) 영화 '귀향'을 보기 위해 여의도 CGV 예약을 했습니다. 2명 영화표값이 2만4000원이나 합니다. 어제부터 적용된 '가격 차등화' 때문입니다.(출처=CJ CGV 홈페이지)
▲내일(5일) 영화 '귀향'을 보기 위해 여의도 CGV 예약을 했습니다. 2명 영화표값이 2만4000원이나 합니다. 어제부터 적용된 '가격 차등화' 때문입니다.(출처=CJ CGV 홈페이지)

내일(5일) 영화 ‘귀향’을 보기 위해 CGV 예약 앱을 켰습니다. 오랜만에 친구와 데이트하기로 했거든요. 주말 내 비가 온다고 해서 여의도 IFC몰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쇼핑도 하고,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저처럼 걷기 싫어하는 ‘몰링족(한 곳에서 쇼핑ㆍ공연 등 여가활동을 한꺼번에 즐기는 소비계층)’에게는 그야말로 딱 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티켓값이 1만2000원이나 합니다. 잘못 눌렀나 싶어 앱을 종료하고 홈페이지에서 다시 예약을 시작했습니다. 똑같습니다. 2장에 2만4000원. 친구에게 호기롭게 “영화는 내가 예약할게”라고 말한 게 살짝 후회됩니다.

‘CJ CGV 가격 다양화 3일부터 시행’

엊그제 이투데이 기사입니다. 영화값으로 4000원을 더 낸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네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CGV가 어제부터 좌석과 시간대별로 영화 관람료를 세분화했습니다. 지금도 주중과 주말에는 가격을 달리 받고 있지만 이것을 더 촘촘하게 나눈거죠.

우선 조조, 주간, 프라임, 심야 4단계이던 주중 상영 시간대가 모닝(10시 이전)ㆍ브런치(10시~13시)ㆍ데이라이트(13시~16시)ㆍ프라임(16~22시)ㆍ문라이트(22시~0시)ㆍ나이트(0시 이후) 6단계로 확대됐습니다. 주말엔 모닝(10시 이전)ㆍ프라임(10~0시 이전), 나이트(0시 이후) 3단계만 운영됩니다.

어디 앉느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집니다. 이코노미존, 스탠다드존, 프라임존으로 나뉘는데요. 스탠다드존을 기준으로 이코노미존은 1000원을 할인해주고, 프라임존은 1000원을 더 받습니다. 참고로 가격이 가장 싼 모닝에는 자리를 따지지 않습니다.

이를 모두 적용해 보면 2D 영화에서 가장 저렴한 것은 6000원(주중ㆍ모닝)이고, 비싼 건 1만1000원(주말 프라임ㆍ프라임존)입니다. 3D영화 가격대는 8000~1만3000원이고요.

뮤지컬, 야구장, 콘서트 등 좌석에 따라 표값을 달리 받는 ‘가격 차등화’가 영화관에도 적용된 셈입니다.

▲일반(2D) 영화, 영등포 CGV 기준(출처=CGVㆍ동부증권 리서치센터)
▲일반(2D) 영화, 영등포 CGV 기준(출처=CGVㆍ동부증권 리서치센터)

“2014년 한국소비자원이 관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차등 요금에 65%가 찬성했다. 고객 스스로 관람 상황에 맞춰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CJ CGV가 밝힌 이유입니다. 동의하십니까? ‘맨 앞에서 볼 때 돈 똑같이 내는 게 억울하긴 했어’란 생각에 저도 처음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돈 없는 사람은 영화도 못 보네”, “가격인상 꼼수도 가지가지” 등 네티즌 반응도 심상치 않네요.

요금제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고객들이 선호하는 좌석이 대부분 프라임존입니다. (여의도 CGV의 경우) 할인은 받을 수 있는 이코노미존은 맨 앞 두 줄 뿐이죠. 게다가 복도 양 끝에 있는 좌석은 한 자리 옆인데도 1000원 차이가 납니다. ‘불편한 자리에 앉아 1000원을 할인받았다’는 느낌보다 ‘불편한 자리 피하려고 1000원 더 냈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듭니다.

‘고객 65%가 가격 차등화를 원했다’는 CJ CGV의 인상 이유도 아전인수입니다. 2014년 당시 관객이 제시한 비인기좌석의 적정 가격은 일반석 1만원 기준으로 7129원이었습니다. 이번 이코노미석(비인기좌석) 관람 요금 9000원(1만원 기준)보다 2000원 더 싸죠.

그래서 사람들은 CGV의 가격 차등화를 반대했습니다. 지난달 말 가격 조정을 앞두고 네이트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1만1803명 응답자 가운데 1만137명(86%)이 요금 차별화가 가격 인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65% 찬성 vs 86% 반대, CGV와 고객의 생각이 참 많이 다르네요.

그런데 ‘고객이 원해서 한 결정’부터 ‘가격에 따라 서비스 차등’에 이어 ‘가격 인상 꼼수 논란’까지, 어디서 들어본 얘기들입니다. 맞습니다. 스타벅스의 포인트(별) 적립제도 변경과 오버랩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타벅스 별갑질에 별거지 뿔났다’를 참고하세요.

▲2월28일 '영화관 좌석ㆍ시간대 따라 요금 차별화' 설문조사(출처=네이트)
▲2월28일 '영화관 좌석ㆍ시간대 따라 요금 차별화' 설문조사(출처=네이트)

“에잇! 4000원 더 주고 좀 더 주고 편하게 보자.”

방금 ‘귀향’을 예약했습니다. 분명 손님은 왕인데. CGV는 왕보다 높은 ‘갑’인가 봅니다. 비록 가격엔 꼼수를 부렸지만, 서비스 질은 그 어떤 곳보다 정직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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