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0인 이상 기업에서 여성들이 대리까지 승진하는 경우는 많아지고 있으나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할 때 그 수는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기업 내에 멘토가 있을 경우 여성의 승진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기업의 여성인재양성(2015년 여성관리자패널조사)’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07년 여성가족부 과제로 시작된 여성관리자패널조사는 2012년 이후 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데, 2007년에는 4개 업종에서만 관리자패널을 선정한 것과 달리 전 업종에서 100인 이상 기업 대리급 이상 여성 1600여명을 표본으로 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의 직급별 여성 비율을 보면 나이와 경험이 적은 여성들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1차 조사(2007년)에서 여성관리자패널이 속한 직급에서 대리급은 32.9%였고 이후 30% 미만까지 줄었으나 4차 조사(2013년)에서 34.2%로 늘었고 5차 조사에서는 46.6%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임원급은 3차 조사인 2010년 조사 때 5.2%를 차지했을 뿐 나머지 조사에서는 3%대 안팎밖에 안 됐다.
소속 기업에 이사회가 존재하는 경우는 80% 이상이지만 여성 이사는 2014년 기준 사내이사가 0.3%, 사외이사가 0.1%에 불과했다. 5년 평균을 내봐도 여성이 사내이사인 경우가 0.2~0.3명, 사외이사는 0.1명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 미만으로 매우 적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를 산정, 발표하는데 여기서 한국이 최근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http://www.economist.com/blogs/graphicdetail/2016/03/daily-chart-0)
유리천장 지수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노동시장 참여율 격차, 연봉 격차, 여성 고위임원 비중, 기업 이사회 내의 여성 비중, 육아 비용, 출산 휴가(유급 기준), 여성의 의회 참여 등을 기준으로 해서 산정한다.
한국은 종합 점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개의 지표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뒤졌지만 오히려 고등교육을 받는 여성의 비중은 남성보다 많았고 여성이나 남성 모두 유급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는 OECD 평균 수준이었다.
김난주 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제도 자체는 오히려 미국 등보다 우월하게 갖춰져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주마다, 회사마다 출산 육아 정책이 다른 편이고 그래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육아휴직 두 달을 쓰겠다고 한 것이 이슈가 됐다.”고 전했다. 김난주 부연구위원은 “다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잘 마련된 제도를 기업이 얼마나 활용하는지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면서 “영세한 규모의 기업들은 이런 통계에서 빠져있다는 것도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관리자패널 3~5차 조사 결과를 비교한 결과 이 기간동안 절반 가까이의 여성이 경력에서 이탈했고, 살아남아 경력을 유지한 여성 중 절반 정도만이 한 직급 이상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장급 이상 직급으로 갈수록 여성 비중이 크게 줄어드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멘토가 있을수록 여성의 승진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는 여성의 경력개발에 있어 멘토링이 매우 중요하며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난주 부연구위원은 “기업이 노조가 있을 경우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편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롤모델, 멘토가 존재할 수 있도록 많은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꾸준히 근무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연임에 성공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여성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강조한 3L, 즉 교육(Learning), 노동(Labor), 리더십(Leadership)과도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