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사원이 주름 개선 등 미용치료 용도에 쓰이는 보톡스를 가짜로 만들어 시중에 유통해 검거됐다.
28일 관련업계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제약회사 영업사원 홍모(31)씨를 구속했다. 이에 가담한 김모(32)씨 등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구속된 홍씨는 지난달 29일 영등포구에 제조공장을 차려 만든 가짜 보톡스 3500개 중 800개를 인터넷을 통해 만난 A(40)씨에게 4480만원에 판매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전문 의약품인 미백제를 위조한 포장재에 넣어 보톡스로 속여 판매했다.
디자인 전공자인 홍씨는 진품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종이 포장재와 라벨을 위조했다. 제품이 담기는 유리병을 닫는 고무 뚜껑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어 미국에서 따로 수입했다.
이들은 밀폐 시설이 아닌 불결한 공장을 제조공장으로 개조해 가짜 보톡스를 1개씩 생산했다. 소독되지 않은 유리병에 미백제를 넣은 뒤, 증류수를 떨어뜨렸고 제조자가 입김으로 불어 만들었다.
경찰은 제조 공장 압수 과정에서 1개씩 제작하던 가짜 보톡스를 한 번에 100개씩 대량 생산하려고 들여놓은 설비를 발견했다. 전체 생산량은 1만개로 추정하고 있다.
또 나머지 가짜 보톡스와 함께 인공 유방, 성형 시술용 필러 등도 적발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보톡스의 수요가 많아 돈이 될 것으로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가짜 보톡스 성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지만, 보톡스의 원료인 보툴리눔 독소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분석을 의뢰해 보툴리눔 독소 함유 여부를 검사할 수는 있었으나 독소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인체 유해성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측은 "가짜 보톡스가 널리 퍼지면 국민 보건에 치명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감정 시스템 등 체계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생산한 가짜 보톡스 중 2000개 이상이 시중에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한편 구속된 홍씨는 지난 11일에도 A씨에게 가짜 보톡스 1200개를 판매하려다 속았다는 사실을 안 A씨와 실랑이가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자충격기를 사용해 A씨를 넘어뜨린 후 발로 얼굴 등을 수차례 가격해 상해까지 입힌 특수상해 혐의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