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리지수는 물론 외국인 자금 유입에 증권시장도 안정을 찾는 중이다. 여기에 실물지표까지 개선되는 모습이다.
31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주식시장에 따르면 경제주체들의 심리지수가 반등에 성공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와 제조업 업황 기준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각각 100과 68을 기록했다. 각각 4개월과 5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이는 연초부터 불거진 중국발 위기 가능성, 국제유가 폭락,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잠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잇따라 최신 스마트폰을 출시한 데다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올해 영업을 시작하는 시점 등 계절적 요인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미국 연준(Fed)이 금리인상을 빠르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반영되면서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3조6422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4월 4조6493억원 순매수 이후 11개월 만의 최대 순매수다.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30일 2002.14를 기록, 올 들어 처음으로 2000포인트 등정에 성공했다.
실물경제지표인 광공업생산도 넉 달 만에 반등했다. 2월 광공업생산은 전년 같은 달보다 2.4% 증가했다. 반도체(33.7%)와 화학제품(6.3%)이 늘었기 때문이다. 전산업생산도 전년 같은 달보다 2.4% 증가해 한 달 만에 2% 증가세를 회복했다.
반면 이 같은 개선세에 가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반등하긴 했지만 심리지수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직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소비자와 기업심리를 종합하고 계절적·불규칙 요인을 제거한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는 88로, 되레 하락해 6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도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일부 업종의 개선, 계절적 요인, 불확실성 완화 등으로 심리지표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안한 데다 사실상 기저효과라는 점에서 개선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신흥국 경기침체 우려가 줄어들면서 1~2월 크게 악화됐던 게 회복된 정도”라며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소비활성화 대책에 따른 추경 및 소비절벽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해석하긴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