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회장 메리츠화재 증자 ‘실탄 장전’

입력 2007-06-2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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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ㆍ종금 지분 또 처분 현재까지 155억 확보…‘화재’ 중심 지주사 전환 의지도 담아

메리츠금융그룹 조정호(49) 회장이 메리츠증권 지분을 또 매각했다. 메리츠종합금융의 주식도 처분하기 시작했다. 계열사 주식의 잇단 매각은 대형화를 위해 자본확충에 나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유상증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조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메리츠화재로 집중되는 움직임은 3대 계열사 중 메리츠화재를 중심축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메리츠증권 16만주, 종금 17만주 추가 처분

2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22일 제출한 ‘최대주주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통해 조 회장이 보유주식 108만주 중 15만6000주를 지난 20일 장내 처분했다고 밝혔다.

처분일 메리츠증권 종가(1만2700원)로 따져 19억원 어치다. 조 회장은 또 메리츠종금 143만여주 중 16만9000주도 지난 20, 21일 장내 처분, 종가 기준으로 3억6900만원 어치로 현금화했다.

조 회장은 앞서 지난달 말에도 메리츠증권 130만주를 처분, 133억원을 현금화했다. 이로인해 조 회장은 메리츠증권 및 메리츠종금 지분이 각각 2.64%(92만주), 2.11%(126만주)로 줄어든 대신 총 155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조 회장이 계열사 주식을 잇따라 매각, 현금화하는 것은 메리츠화재가 실시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메리츠화재는 2017억원에 달하는 자본확충을 위해 오는 8월24일(납입일) 주주들을 대상으로 3800만주(예비발행가 5310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조 회장은 메리츠화재의 최대주주(22.33%, 1916만주)이기 때문에 배정비율(0.38주) 대로 유상증자 신주를 인수하려면 총 39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메리츠화재 2017억원 유상증자 자금으로 사용할 듯

하지만 조 회장의 최근 행보는 멀리보면 향후 메리츠금융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의 지주사 전환 계획은 지난 5월초 원명수 메리츠화재 사장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며 내년에 설립이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현재 메리츠금융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필요성은 인정하되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한 밑그림은 어느정도 그려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화재를 비롯, 메리츠증권, 메리츠종금, 메리츠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해외법인 한진코란도 등 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또 내년 3월 중으로 자산운용사인 가칭 ‘메리츠자산운용’ 설립을 검토중이다.

현 계열사간 출자구도를 보면 메리츠화재가 메리츠증권의 최대주주로서 28.8%, 메리츠종금 13.0%, 한진코란도 51.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어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종금과 메리츠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로서 각각 57.17%, 50.00%씩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을 정점으로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메리츠종금으로 연결되는 수직계열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구도 때문에 메리츠금융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메리츠화재가 중심이 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화재’ 중심 지주회사 전환 의지 담아

메리츠화재를 인적분할해 순수지주회사 밑에 화재·증권·종금ㆍ자산운용을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두거나, 하나금융지주처럼 계열사간 주식교환 형태를 통해 순수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조 회장으로서는 어떤 방식이든 지주회사로 전환 이전에 메리츠화재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두는 게 여러모로 좋다. 조 회장이 메리츠증권 및 메리츠종금 지분을 처분하고 메리츠화재 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메리츠화재 유상증자는 신주 20%가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배정된다. 따라서 조 회장은 최대한 증자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조 회장 외의 주주와 우리사주에게서 단 한 주의 실권주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경우 조 회장은 최대한 청약해야 지금보다 0.92% 정도 낮아진 21.41%(증자후 발행주식 1억2380만주 기준)의 지분을 갖게 된다. 자사주 652만주를 합하면 26.88%가 된다.

따라서 조 회장이 지분율 변동을 의식해 청약전에 다른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사들이거나, 주주청약후 최종적으로 발생한 실권주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메리츠화재 유상증자는 그만큼 조 회장에게 계열사 보유주식을 현금화해 증자에 참여할 ‘실탄’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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