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통해 금융사를 상대로 손실 보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대법원이 ELS투자 피해에 대해 집단소송을 허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지 1년여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양모(61) 씨 등 투자자 2명이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낸 소송허가 신청 사건 재항고심에서 집단소송을 허가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그동안 ELS투자자들은 개별적인 소송을 통해 증권사 등을 상대로 원금 손실 배상 여부를 다퉜다. 하지만 집단소송이 진행되면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판결 효력이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결정으로 양 씨 등이 낸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이은희 부장판사)에서 심리하게 됐다.
앞으로 진행될 소송은 RBC가 기초 자산인 SK주식을 대량매도한 행위가 시세조종으로 평가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양 씨 등은 2008년 한화증권이 판매한 '한화스마트 10호 ELS'에 투자했다. 기초자산인 SK 보통주의 주가가 만기기준일인 2009년 4월 22일에 최초 기준가격의 75%(11만9625원) 이상이면 22%의 투자수익을 얻고, 그 이하면 투자원금의 25%를 손해 보는 조건이었다. 만기기준일 장 마감 10분 전까지 SK 보통주 주식이 기준가격을 웃도는 12만4000원 가량에 거래되자, RBC는 보유하던 SK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결국 보통주 종가는 11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대법원은 최근 ELS 소송에서 금융사의 ‘델타헤지’가 정당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는 지에 따라 엇갈린 결론을 내리고 있다. 델타헤지는 금융사가 중도상환금 반환을 피하기 위해 주식 종가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델타헤지 거래를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 시세조종을 통해 중도상환 조건을 방해했다면 투자손실을 배상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양 씨 등은 2012년 5월 법원에 집단소송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1,2심은 "금융사가 ELS상품판매를 끝낸 후 만기일에 기초 자산을 대량 매도한 행위는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는 부정행위로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4월 "금융사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는 지 여부를 다툴 필요가 있으니 집단소송을 허가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