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6년만에 추락하면서 성장추세가 또 한번 꺾인 건 아닌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은행과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집행, 블랙프라이데이 등 소비 진작책을 쏟아 붓고도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명목 GDP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과 2009년 내리 2년간 추락한 바 있다. 2009년엔 9023억달러까지 떨어지며 2005년(8980억달러) 수준으로 되돌림 했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추세가 한 단계 하락하더니 이마저도 다시 하향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환율효과가 작용했다고 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평균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져왔다. 여기에 달러가 강세(원·달러 상승)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131.49원으로 전년(1053.22원) 보다 78.27원(7.43%) 올랐다. 이는 2012년 18.77원(1.69%) 상승 후 3년만에 오름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173.39원, 18.66%)과 2009년(173.81원, 15.76%)에도 상승세를 보인바 있다.
반면 환율상승폭이 금융위기 직후보다는 낮다는 점에서 환율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전 세계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교역이 위축되는 등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교역이 위축되는 방향으로 세계경제가 흘러가고 있다. 우리경제 성장을 그간 수출이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이 주춤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작년 성장률에서 순수출이 차지하는 성장기여도는 -1.1%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1.4%) 이후 5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제부진을 구조개혁과 청년중심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는데다, 대내적으로도 저출산·고령화가 겹치고 있어서다.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세계경제 구조가 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도 시작된다. 고령화·저출산 문제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같은 구조적 문제들은 단기 부양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 경제체질을 바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그간 잘되지 못했던 규제개혁, 구조개혁, 서비스산업 육성 등이 집중적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교수도 “경제 전체적으로 수요가 부족하다. 돈을 푼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특히 청년층들이 활발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좋은 일자리, 창업 활성화 등은 물론 주거비용 절감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출산·양육을 지원하는 쪽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단기적으로는 부양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있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추세선을 벗어날 것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해 소비와 투자 활성화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