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소형 36㎡는 최근 7억6000만∼7억7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 6억5000만∼6억6000만 원 선이었던 이 주택형은 불과 한달 만에 1억 원이 급등하며 역대 최고가 7억5000만 원을 갈아치웠다.
인근 개포시영 역시 1500만원~3000만원까지 가격이 상승했고 전 주에는 개포동 주공3단지가 3750만원~5750만원, 주공4단지가 1250만원~2500만원 오름세를 보였다.
개포발(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의 급등은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성공적으로 청약을 마치면서 인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일제히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3.3㎡당 평균 분양가 3760만원에 일부 평형은 최고 4495만원까지 적용됐는데도 317가구 모집에 총 1만660명이 몰렸다. 강남구에서 청약 접수가 1만건 이상 몰린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때문에 오는 7월 공급되는 '디 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의 분양가는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최고분양가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분양가와 매매가가 이처럼 치솟는 이유는 이 지역의 수요공급 측면에서 가격이 떨어질 만한 이유가 달리 없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서울에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단지가 재건축 단지로 한정되는 만큼 수요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수요는 많은데 신규공급이 없는데다 대체지역이 없다는 점도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의 상승세가 일반아파트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주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의 상승률은 전 주 0.14%에서 0.54%로 대폭 확대됐지만 그사이 일반아파트는 0.03% 상승하는데 그쳤다. 활황기에는 집값 상승세가 주변지역으로 확산되지만 불황인 경우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주택 매매시장은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2월 이후 급격하게 냉각됐다. 지난달 서울의 부동산 매매거래량은 1만19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만133건보다 약 40% 급감했다. 이 기간 아파트 매매거래는 6376건으로 지난해(1만2975건)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다. 가격 상승세도 둔화됐다. 전국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은 1월 말 3억443만원에서 3월 말 3억513만원으로 불과 7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292만원이 상승했던 작년 동기에 비하면 76% 떨어진 수치다.
이처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과 주택 매매시장의 상반된 양상은 양극화는 물론 주택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 팀장은 "시장이 냉각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우 몰리는 지역으로 더 몰리는 쏠림현상이 강해지고 비선호 지역은 상황이 악화돼 양극화가 심해진다"며 "특히 불황이 심해져 집값이 꺾일 경우 주택시장 전반을 침체로 이끌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