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총격사건 테러범의 아이폰 암호해제에 140만 달러(약 16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스펜안보포럼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내 남은 임기인 7년 4개월간 받는 총연봉보다 많은 돈을 지불했다”며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코미 국장은 지난해 18만3000달러의 연봉을 받았기 때문에 남은 임기에 그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140만 달러라고 FT는 분석했다.
코미 국장은 “여전히 애플과 다른 IT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외부에서 막대한 돈을 지불해 테러범의 스마트폰을 해제하는 것은 장기 전략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애플은 아이폰에 우회통로를 만들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FBI 암호해제를 거부해 개인 사생활 보호와 테러 대처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FBI는 제3자 기업을 통해 테러범 아이폰 해킹에 성공했다며 캘리포니아 주 소송을 취하했지만 마약 딜러 아이폰 잠금해제와 관련한 뉴욕 주 소송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 코미 국장은 앞으로도 이런 소송이 더 많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FBI의 에이미 헤스 과학·기술 담당 보좌관은 지난 19일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3000~4000대의 스마트폰을 몰수했다”며 “그 가운데 13%는 암호가 걸려 있어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코미 국장은 최근 페이스북 산하 세계 최대 메시징 앱 와츠앱이 암호 기능을 강화한 것과 관련해 “수많은 범죄자와 테러범이 와츠앱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암호 해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혜택을 극대화할 방법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