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로드스터라는 스포츠카를 최초로 양산한 이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 자동차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테슬라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 가운데에서도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오픈 이노베이션, 즉 ‘개방적 혁신’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테슬라는 보유한 특허권을 오픈 소스화하여 기반산업 분야의 R&D(연구개발)를 가속화하고, 연관 산업의 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확대했다. 배터리 공급업체인 일본 파나소닉사와의 공동 R&D를 비롯해 심지어 메르세데스, 도요타 등 얼핏 경쟁사로도 생각될 수 있는 기업들과의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미국의 포브스지가 선정한 2015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테슬라’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개방적 혁신이 비단 전기차 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산업기술 전 분야에 걸쳐 R&D에 투자해야 하는 돈은 점점 늘어나는 반면 경쟁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의 융복합화도 가속화되는 추세라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을 이끌어내려면 개방형 혁신은 기업에 있어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지도 모른다. 이미 유럽은 1980년대부터 개방형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깨닫고 ‘유레카’(EUREKA), ‘유로스타’(EUROSTAR)와 같은 다양한 범유럽 공동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술강국이 많은 유럽과 국제공동 R&D를 추진하기 위해서 2009년 비유럽권 국가로는 최초로 유레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준회원국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유로스타2에도 정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에 더해 지난 2010년부터는 ‘코리아 유레카 데이’라는 행사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행사 기간에는 최신 기술 이슈와 동향을 공유하는 세미나와 콘퍼런스가 마련되며 기술협력 수요를 발굴하기 위한 매치메이킹 미팅이 열린다. 유럽 각국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기술 수준을 홍보하고, 기술 협력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이제 유럽지역에서 제법 성실한 기술 협력 파트너로 인정받는 모양새다. 행사에 참석하는 해외 산학연 관계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으며, 코리아 유레카 데이 행사를 통해 선정된 국제공동 R&D 과제 수도 30개에 육박한다.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독일, 스페인, 스위스 등 유럽 20여개국에서 100여개의 기업이 스웨덴을 찾아 국내 중소기업 및 연구기관 40곳과 총 316건의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유럽과의 기술 협력에서 주목받는 것은 이미 소기의 성과를 통해 우리 기업의 기술력이 다수 입증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올해는 엠씨아이가 스웨덴 그레이농(Greinon)과 LED기술에 기반한 의료기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행사 현장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다른 참여업체인 메타신은 핀란드 기업 프로피나(Profina)사와의 상담을 통해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한 MOU 및 NDA(비밀유지각서) 체결을 추진키로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참여했던 기업들은 대체로 “문화가 다른 외국 연구자들과의 의견 조율이 쉽진 않았지만, 각자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개발 속도를 단축하고 해외 시장조사나 현지 특성에 맞는 상품 개발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번에 필자가 참관한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그런 긍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 몸을 담글 때 물이 넘치는 현상에 착안하여, 금과 은의 밀도 차이를 이용해 순금 왕관의 실제 부피 측정법을 알아내고는 참을 수 없는 기쁨에 ‘알아내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유레카’를 외쳤다고 한다.
이제는 개별 연구자, 개별 기업 단독으로만 진행하는 R&D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진 시대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했던 그 옛날 아르키메데스처럼, 우리 중소·중견기업과 유럽의 산학연 관계자들도 여러 형태의 국제기술 협력 시도를 통해 또 하나의 ‘유레카’를 외치는 사례가 앞으로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