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의 평창 사랑은 남달랐다. 2009년 9월부터 2년여간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그는 지구를 13바퀴 돌 수 있는 거리인 50만9133km를 동분서주하며 3수 만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일일이 만나 과거 두 차례의 실패 원인에 대한 자문을 꼼꼼히 챙겼으며, 올림픽 유치 성공을 위해 30억원의 후원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2014년 8월 전 세계 경기 침체로 항공·해운 업황이 좋지 않아 그룹 경영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민 끝에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맡기로 결정했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이뤄내겠다는 IOC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조직위원장이 된 그는 전경련, 상공회의소 등을 직접 찾아 프리젠테이션까지 하며 국내외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경기장 건설 지연, 올림픽 개폐막식장과 경기장 이전과 분산개최 논란 등 많은 문제들도 해결하며 올림픽 준비를 본 궤도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 같은 노력과 열정을 뒤로한 채, 조직위원장직에 오른 지 1년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 회장은 “그동안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모든 직원이 하나가 돼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본격적 대회 운영 준비를 위한 기틀을 다졌다고 자부하며 그룹 경영에 복귀하더라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사퇴 소감을 밝혔다.
조 회장의 사퇴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등 그룹 현안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25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앞으로 용선료의 조정, 채무조정 방안, 자산 유동화 등 조 회장이 살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일부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648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갑작스런 조 회장의 사퇴 결심이 정부의 은근한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창 기업 구조조정에 관심을 두고 있는 정부 측에서 위기에 놓인 한진해운 정상화에 집중하라는 뜻을 조 회장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조 회장의 후임이 곧바로 결정된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조 회장이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하루만 인 4일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후임으로 내정됐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이희범 내정자는 1972년 행시에 수석 합격해 공직을 시작했고, 한국무역협회장, STX중공업 총괄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뒤 현재 LG상사 고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