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조선업계가 인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직 가운데 기장(과장급) 이상이 포함되고,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으로 급선회하는 등 조선업계 인력 구조조정 강도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번 주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28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 사옥을 방문해 권오갑 사장에게 자구책 마련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자구안에 생산직을 포함한 인력 감축안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는 전체 인원의 10% 안팎인 3000명가량이 될 전망이다. 인원 감축안과 함께 급여체계 개편, 자산 매각 등의 내용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8일 상반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조선 관련 계열사 기존 임원의 25%에 해당하는 60여명을 정리한 현대중공업은 9일부터 과장 이상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감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기간 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경우 40개월치의 급여와 성과급 200%를 받게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공문을 공지한 상태”라며 “아직 정확한 인원을 예측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인사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사무직 과장급 이상 저성과자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삼성중공업도 인력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임원 30% 감축과 상시 희망퇴직 말고는 별다른 인력 감축이 없었던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9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구안을 마련해 달라는 공문을 접수했다. 이에 선박·해양플랜트 설계ㆍ영업ㆍ지원부서 인력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 및 인건비 절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 측은 삼성중공업이 상시 희망퇴직만으로 인력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구체적 인력 감축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제만으로 속도감 있게 인력구조를 재편할 수 없다”며 “권고사직을 병행하는 조건의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부터 상시 희망퇴직제를 운영해 지금까지 사무직과 생산직 직원 1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그러나 채권은행 차입금 증가와 수주 절벽 등이 계속되면서 대규모 인력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수주 잔량 감소 속도가 빨라지면서 하반기 이후에는 일감 부족으로 일부 도크가 빌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주 산업은행에 대규모 인력 감축 방안을 골자로 한 자구계획을 제출한다. 삼성중공업 인력구조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도 신규 인력 채용 등으로 오히려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2013년 말 1만3546명에서 2014년 말 1만3788명, 지난해 말에는 1만3974명으로 증가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인력 구조조정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시 희망퇴직을 기반으로 한 인력 감축 시스템이 가동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조선업계의 최대 부실회사로 알려져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인력 구조조정도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까지 1만3000명의 인력을 1만명 수준으로 3000여명 감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