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데”… 유통업계, 김영란법 후폭풍에 ‘노심초사’

입력 2016-05-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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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선물ㆍ상품권 판매 불가피… 외식 자영업ㆍ주류ㆍ하훼농가도 '울상'

경기 불황에 따른 내수 침체로 수년 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가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 예고를 앞두고 속을 끓이고 있다. 백화점과 호텔 및 주류 등 업계가 상품권 및 선물판매 등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여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9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법률 시행을 위한 준비작업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령은 식비와 선물비용, 경조사비 상한액을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화점들은 상품권과 선물 판매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선물을 주고받는 기간이 주로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집중되는데 김영란법 통과로 주로 구입하는 기업 등 법인 수요가 감소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선물은 정성이나 마음으로 주고 받아야 하는데 김영란법 논의 과정에서 여론이 이미 관례나 뇌물 등의 측면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백화점 매출은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 역시 "명절 선물 수요 중 법인 구매가 30~40%를 차지하는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백화점에 선물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나 농가에도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상품권 액수 단위를 줄이는 등의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공유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어 일단 상황을 지켜본 후에 대비책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역시 명설 선물 수요 감소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3만원 이하의 선물세트도 많지만, 매출의 일등공신은 한우와 굴비 등의 고가 선물이다.

1인당 식사 비용이 3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호텔업계도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의 경우 3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식사는 없는데 아무래도 영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공직자 뿐 아니라 일반 대관업무 하는 사람들도 호텔을 이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호텔업계의 이 같은 걱정은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한 외식업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는 객단가(1인당 비용)가 3만원이 넘는 경우가 드물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1인분에 3만∼4만원이 넘는 여의도 및 강남 일대 고깃집 등 고가 식당은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위스키 등의 주류업체 역시 김영란법으로 인해 소비가 급속도로 냉각될 우려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김영란 법 통과로 위스키 시장이 더욱 위축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 명절 시장에서도 위스키 선물 비중이 4~5% 정도 밖에 안되지만 고가 위스키의 경우는 사실상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시행령이 경조사비를 10만원으로 제한하면서 화훼 농가와 업계도 비상이다. 국내에서 꽃은 80% 이상이 경조사용으로 쓰이고 사회 분위기에 민감해 관련 규제가 소비 부진에 영향을 미친다. 한 관계자는 "거래되는 화환 가격은 10만원 이상이 대부분"라며 "김영란법에서 꽃은 제외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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