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그룹 내 운용사를 하나만 둬야 했던 원칙이 대폭 완화된다. 사모운용사의 공모운용사 전환 요건이 완화되고 종합운용사로도 바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예정이다.
11일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사 인가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자산운용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인가정책 전반을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1그룹 1자산운용사 규제가 단계적으로 완화된다. 현행법상 한 그룹 내에서는 같은 성격의 운용사를 복수로 둘 수 없었다. 증권운용, 부동산운용 등 인가 단위별로 특화한 경우에만 동시에 설립이 가능했다.
이에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같은 한국금융지주내에 속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가치투자와 연금자산으로 특화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은 덩치가 커진 패시브운용본부를 분사하고 싶어도 액티브운용본부와 같은 ‘증권운용’ 부문이기 때문에 분사가 불가능했다.
금융위는 사모운용사에 대해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완전 폐지하고 공모운용사에 대해서는 업무 특화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업무 특화 범위를 인가 단위별로 한정하지 않고 인가 단위 내에서도 인정해 운용사 신설과 분사, 인수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같은 증권펀드 인가 단위 내에서 액티브펀드와 패시브펀드로의 분사, 특별자산펀드 인가단위 내 인프라펀드와 기타 실물펀드 등으로의 분사가 모두 가능해진다.
또 종합운용사로의 전환요건을 대폭 완화해 잠재력 있는 운용사들의 성장을 돕는다. 기존에 사모운용사는 한 번에 종합운용사로 전환할 수 없었고 단종 공모운용사 경로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탁고와 업력 요건도 높아 소형사와 대형사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종합자산운용사 수는 2010년 48개를 고점으로 점차 줄어 지난 3월말 기준 44개에 머물고 있다. 상위 10개 자산운용사의 수탁고 비중은 2010년 56%에서 올해 70.3%로 독과점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사모운용사가 공모운용사로 전환시 필요했던 운용사 업력 ‘3년’을 사실상 1년으로 낮췄다. 3년 중 운용사 업력은 1년만 갖추면 되고 나머지 2년은 일임업 경력으로 대신할 수 있다. 수탁고도 펀드 종류별로 3000억원 이상 갖추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모든 펀드와 투자일임 수탁고를 합산해 3000억원 이상이면 요건을 충족하도록 했다.
또 사모운용사가 운용사 업력 5년과 수탁고 3조원 요건을 갖추면 단종 공모운용사 경로를 거치지 않고도 종합운용사로 바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금융위는 1그룹 1운용사 원칙 폐지 이후 자산운용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운용사의 핵심 업무를 제외한 후선지원업무는 모두 통합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같은 그룹 내 복수 운용사 간 전산설비 공동사용과 IT담당 인력 겸직까지 허용된다. 펀드재산 중 원화자산에 대한 운용위탁 허용 한도도 기존 펀드 재산의 20%에서 50%로 확대된다. 모·자 운용사 간 업무위탁도 사전보고에서 사후보고로 전환될 예정이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인가정책 합리화로 특색있고 역량있는 운용사들의 진입이 활성화되고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벤처조합을 운용하는 VC와 부동산투자회사를 운용하는 자산관리회사에도 사모펀드 겸업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