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올해 제36주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또 불허했다. 5ㆍ18단체 등은 8년째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요청하고 있지만 관철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가보훈처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의무적으로 다함께 부르는 제창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기존대로 합창단이 부르는 합창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례가 없다며 기념곡으로 지정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야당을 중심으로 재검토를 촉구하고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 결의안을 내기로 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보훈처는 5ㆍ18 기념일을 이틀 앞둔 16일 “올해 행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과 관련해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보훈처는 결국 기념곡 지정과 제창 불허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제창 불가 방침에 청와대 회동 이후 ‘협치’ 무드가 백지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제출에 공조하기로 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5ㆍ18 당일날 이 정권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국정운영의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께서 여야 대표와 만나서 합의한 것 같았는데 약속을 지키시리라 믿는다”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제창 불허 방침에 유감을 표명하고 행사 이전까지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5ㆍ18단체와 관련자들은 정부의 불허 방침은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논평을 내고 참석자 모두가 제창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광주시의회는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하고 당일 민주의문(5ㆍ18 묘지 출입구)에서 침묵시위를 하기로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5ㆍ18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2008년까지 5ㆍ18 기념식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제창하는 방식이 유지됐다.
그러나 작사자인 소설가 황석영씨의 행적과 함께 제목과 가사에 들어있는 ‘님’과 ‘새날’이 북한의 김일성과 사회주의혁명을 뜻한다는 일각의 문제 제기로 이명박 정부 2년 차인 2009년부터 공연단의 합창으로 대체됐고 공식 식순에서도 빠졌다.
5ㆍ18단체와 시민사회는 님을 위한 행진곡의 배제가 결국 5ㆍ18 폄하와 역사 왜곡 시도라며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촉구했다.
2011년부터는 합창단의 공연으로 본 행사에 배치됐지만 제창 요구는 더욱 높아졌다.
5ㆍ18단체와 시민사회는 제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근 3년간 기념식에 불참하고 별도 행사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