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한진해운 회사채 눈독 들이는 개인투자자들

입력 2016-06-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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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금물신용등급 B-·D로 ‘투자부적격’인데 10%대 고금리 매력에 자금 몰려… 금융당국, 증권사에 위험성 공지 주문

금리 1%대의 초저금리시대가 열리면서 목돈을 굴릴 곳이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저금리의 은행 예ㆍ적금 상품에서 고금리의 회사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최근 해운사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회사채에 관심이 쏠린다. 자율협약에 들어간 두 해운사의 회사채 중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채권값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투기성 거래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기업을 겨냥한 투기성 투자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이들 기업이 증권신고서에서 회사 재무 상황과 투자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를 확인하는 등 기업이 발행하는 증권신고서에 대한 공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 신용등급 확인부터…두 기업 ‘투자부적격’=회사채는 채권(Bonds)의 한 종류로,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회사채라고 부른다. 기업은 금융감독원에 유가증권 발행신고서를 제출하고, 일반 대중을 상대로 회사채를 발행(공모사채)하거나 특정 개인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회사채를 매각(사모사채)한다.

모든 상품을 구매하기 전 상품의 질을 따지듯, 채권을 매입하기 이전 채권의 등급을 살피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채권은 A∼D등급으로 나뉘며, 등급 내에서 AAA, AA, A 그리고 +, - 등으로 세분화한다. 등급이 높을수록 안전한 채권으로 수익률은 낮지만 리스크가 적고, 등급이 낮을수록 수익률은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 부담이 크다.

채권의 등급은 신용평가 회사들이 정한다. 국내에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이 있으며, 이들은 각 기업의 영업력이나 재무구조,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보통 AAA 등급에서 BBB-까지 ‘투자적격’으로, BB+ 이하부터는 ‘투자부적격’으로 평가한다.

구조조정 중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말부터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상태다. 한진해운은 2차례, 현대상선은 3차례 등급이 연속 강등돼 각각 B-, D(디폴트) 수준이 됐다.

지난 4월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상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CCC’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등급인 ‘D’로 강등했으며, 한진해운의 장기신용등급을 BB에서 자율협약 신청이 결정된 지난달 B-로 등급을 더 내렸다.

◇구조조정 기업 회사채 거래 급증…금융당국 ‘경고’=회사채의 대부분은 기관 투자자로 구성됐지만, 현대상선의 경우 공모 회사채 전체 8043억원 중 개인투자자 보유액은 1400억원으로 17%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186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경우 543억원으로, 대부분 개인투자자로 구성됐다.

한진해운의 경우 공모회사채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중은 현대상선보다 높다. 한진해운의 전체 공모 회사채 규모인 4500억원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약 1000억원을 들고 있어 전체의 22%가량을 차지한다.

현대상선이 2012년 7월 발행한 회사채는 지난달 26일 기준 장내채권시장에서 전날보다 30배가량 늘어난 9억3000만원어치의 폭발적인 거래량을 보였다. 채권가는 액면가 1만원당 148원 오른 625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대부분의 현대상선 회사채는 일제히 가격이 치솟아 6000원대를 회복했다.

한진해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기준 한진해운71-2 회사채 가격은 한 달 만에 20% 가까이 상승하면서 500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유인과 목적은 간단하다. 10%가 훌쩍 넘는 고금리 때문이다. 리스크가 크지만, 용선료 협상이나 채무재조정 등이 가결돼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 채권 수익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해서다.

개인들이 최근 해운사와 조선사 채권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금융당국이 개인들의 조선사ㆍ해운사 회사채 투자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전 증권사 홈페이지에 상장채권 투자자 유의사항을 공지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 결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루머에 편승한 투기성 매매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금리의 유혹에 빠져 투기 목적으로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투자 손실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에 앞서 신중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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