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기로 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보험인은 법보다 양심이 앞서야 된다”며 법률적 판단을 떠나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한화·교보생명 등이 사실상 지급을 거부한 상황인 만큼 이병찬 사장의 다른 선택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 사장은 삼성생명 출신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이 교보생명에 특약에 포함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삼성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소멸시효를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반면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DGB생명, 하나생명 등 중소형사 4곳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하겠다는 계획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업계가 양분된 것이다.
이병찬 사장은 보험업계에서 30여년간 경력을 쌓아온 보험전문가다.
1982년 삼성생명에서 계리·상품담당으로 시작해 2000년 삼성생명 마케팅팀장까지 20년 가까이 삼성생명에서 보험업에 대한 토대를 닦았다. 2001년에 신한생명으로 옮기고서 부사장, 상근고문, 연수원장 등을 지냈다.
신한생명 사장에는 지난 3월 18일에 취임했다.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업계의 ’갑론을박’은 지속되고 있다.
신한생명 등 일부 보험사의 행보를 두고 삼성생명 ‘빅3’를 위주로 한 대형보험사들은 ‘금감원에 잘 보이기 위한 제스처’라고 주장한다. 신한생명이 금융당국의 지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배경엔 과거 방카슈랑스 리베이트 사태로 실축됐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교보생명이 지난 2007년 대법원 판결(교통재해 주계약+재해사망특약-자살면책 단서조항 주계약 인용 상품)에도 한건을 제외하고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소멸시효 논란은 지급을 거부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사활을 건 싸움이 시작됐다”며 “일부 보험사는 이번 결과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