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라운드2 ①삼성그룹] 이재용 ‘뉴삼성 만들기’, 종착지는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입력 2016-06-13 11:00 수정 2016-06-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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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재편·금융 및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등 지배력 강화 후속 조치 전망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포스트 이건희’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시대를 여는 체제 개편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이건희 회장의 입원을 전후로 최근 3년간 숨 가쁘게 진행해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통해 그룹 전반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 부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해 ‘뉴-삼성’의 혁신을 완성해야 한다. 아울러 각종 규제 위험에 대비하고, 지배력을 더 강화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20년 끌어온 이재용 체제, 마침표만 남았다 = 이 부회장은 1994~1996년 61억여원을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옛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사들였다. 당시 구입한 전환사채는 주식 전환 후 최근 3년래 이어진 이재용식 체제 개편과 자산 가치 증가 등을 통해 6조~7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 부회장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통합 삼성물산 17.2%, 삼성전자 0.58%, 삼성SDS 9.2%, 삼성엔지니어링 1.54%, 삼성생명 0.06%, 삼성화재 0.09%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이재용 체제 개편 작업은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 5월을 전후로 탄력이 붙었으며, 이와 맞물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한층 강화됐다.

특히 지난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지 않고도 그룹 지배가 가능해졌다. 그룹의 지배구조가 ‘이재용 부회장→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기타 계열사’로 정리된 것. 아울러 2010년 말 기준 이건희·홍라희 부부가 보유한 삼성그룹 주식 가치의 3분의 1에 불과했던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의 주식가치는 작년 9월 현재 11조5000억원 대 13조3000억원으로 역전했다.

◇지배구조 개편 방점은 삼성물산 지주화 = 재계와 증권가는 삼성그룹이 진행한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종착지로 통합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그룹 내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한데다 그룹 내 대부분 계열사에 대한 지분 정리가 현금지출 없이 진행 가능하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재계와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삼성그룹의 선택지는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의 인적 분할,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삼성SDS와 삼성SDI 합병, 중간지주회사 설립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 분할→전자홀딩스와 전자 사업회사 지분 교환을 통한 자회사 편입→삼성물산과 삼성전자홀딩스 합병’을 거치거나, 삼성전자 분할과 동시에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이 바로 합병하는 방안이다.

다만 삼성그룹이 이러한 지주사 체제로 개편하려면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금산 분리 문제다. 삼성그룹은 현행법 내에서도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 설립·전환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역시 투자·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삼성생명사업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지주의 금산법 5% 초과 지분 해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 역시 삼성그룹이 궁극적으로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합 삼성물산의 지주화로 가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재용 체제, 남은 과제는 = 이러한 맥락에서 이 부회장의 ‘뉴-삼성’은 당분간 급격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보다 공정거래법상 중간금융지주 법제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통합 삼성물산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사업 재편을 병행하는 한편, 순환출자 해소를 통해 향후 규제 환경 변화 등에 선제 대응할 것이란 추측도 있다.

현재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물산→…→삼성SDI·전기·화재→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7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연결고리는 삼성SDI(2.1%), 삼성전기(2.6%), 삼성화재(1.4%)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6.1%다. 이를 처분하면 2013년 2555개에 달했던 순환출자는 3년 만에 완전 해소하게 된다. 금산 혼재를 제외한 지배구조 클린화가 일단락되는 것.

아울러 오너가와 특수관계인(39.3%), 자사주(13.8%), 우호주주 지분 등을 고려하면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 순환출자를 없애면 향후 지배구조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순환출자 강화 및 신규순환출자 발생 여지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고, 차기 정권에서의 순환출자 규제 강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의 ‘뉴-삼성’ 사업 재편 병행도 예상된다. 특히 통합 삼성물산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통합 삼성물산은 작년 9월 거창하게 출범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실적과 주가 모두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자구계획을 제출한 삼성중공업의 정상화를 위한 묘수도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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