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또다시 정치 테마주가 요동치고 있다.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벌써부터 대선 출마 후보자들로 거론되는 인물들 위주로 테마주가 형성되면서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사돈에 팔촌까지 찾아내 기업들과 연관시켜 테마주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전기장비 업체인 A기업의 주가는 연초 5000원에서 다섯 달 만에 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또 섬유의복 업체인 B사는 대선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의 외조카가 대표이사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 한 달 사이에 1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3000원대 중반으로 치솟으며 급등세를 연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장사들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치인과 연관된 인물을 사외이사나 감사에 올려놓고 주가가 오르기를 내심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업체인 P사는 얼마 전까지 유명 정치인의 동생을 부회장으로 영입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전 국회의원을 영입하는 선에서 끝나자 주가는 보란 듯이 곤두박질치며 개인투자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비단 정치 테마주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4차산업 혁명을 언급하며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 등에 대한 육성 의지를 밝히자 아직 실체도 없는 기업들에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한때 중국 관련 사업만 진행한다고 하면 급등세를 보인 종목들이 숱하게 많았다. 북경면세점집단과 함께 중국 면세점 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상장사만 3곳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으며, 나머지 기업들 모두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은 여전히 한탕주의를 노리며 갖가지 테마주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그 말로는 참담하기만 하다. 주가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를 비롯해 온갖 테마주들이 더욱 활개칠 것으로 보인다. 대박의 꿈을 꾸면서 늘 테마를 악용하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근절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자본시장에는 언제나 투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무 깨끗한 물에 물고기가 살지 않듯이 자본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이 테마주에 휩쓸리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주 간단하다. 속칭 ‘마바라’ 투자가 아닌 실적과 성장성이 확인된 기업들 위주로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증권사와 금융감독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테마주 형성으로 거래가 많이 일어날수록 돈을 벌 수 있겠지만,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증권사도 살아남지 못한다. 증권사들이 무분별한 테마주를 가려 건전한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 테마주들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도 시스템과 인력 부족을 탓하지 말고 시장감시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건전한 투자 문화가 정착되는 그날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