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번역가가 된 것은 부와 명예를 위한 게 아닙니다. 제가 사랑하는 작품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입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29)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달 17일 맨부커상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했다.
데보라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상으로 문학 번역이 작품을 창조적으로 다시 쓰는 작업임을 널리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받았지만 자신을 낮췄다. 그는 “번역은 겸손한 작업이다. 상을 받았다고 내가 한국 문학이나 번역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상은 주관적인 것이고 원작자인 한강은 물론, 출판사 편집자, 에이전트 등이 없었으면 이런 성취가 불가능했다”라고 공을 나눴다.
자신이 사랑하는 작품을 공유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번역가를 한다는 데보라는 ‘채식주의자’와의 첫 만남을 “엄청나게 감동받았다”고 표현했다. 이미지가 매우 강렬했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 각자 다른 화자 3명의 목소리로 구성된 연작소설 형식인데, 영국에 이런 연작소설 개념이 없어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작품은 어떤 애틋함과 공포의 이미지를 함께 다루면서도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아주 절제된 문체가 인상적인데, 무심하거나 차갑게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극찬했다. 데보라는 작품 선정에 있어 문체와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채식주의자’ 외에도 ‘소년이 온다’, ‘연어’(안도현 저)를 번역한 데보라는 한국 문학 번역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배수아의 소설 2편을 번역해 각각 올 10월과 내년 초 미국에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