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조선업체 노조가 잇따라 파업을 결의하면서 실직 근로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험로가 예고된다. 업종 지정은 임금 동결 또는 삭감 등 업계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고용사정이 더 열악한 물량팀 등 협력업체를 우선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에서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의 현장실사가 진행된다. 전날에는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이 본사를 둔 거제에서 첫 회의를 가졌으며 20일에는 중소조선소가 밀집한 전남 영암에서 현장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15일 회의에서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지원범위와 수준, 적용 시점 등을 논의했다. 고용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시 고용유지지원금 상향, 실업급여 지급기한 연장, 특별연장급여 지급 등을 검토 중이다.
조선업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이달 중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14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자구안에 반발해 총파업을 결의한 데 이어 현대중공업 노조마저 분사·아웃소싱 등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17일 임단협 쟁의 발생 결의를 할 예정이어서 업계의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노력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합동조사단은 현장 조사 등을 거쳐 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관한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고용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고용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말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조사단 보고나 고용정책심의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고용부 관계자는 “만약 원청 업체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면서 총고용 감소가 불가피한 자구안 이행이 불투명해질 경우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더라도 어려운 사정에 처한 협력업체 등 위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되면 고용보험기금에서 47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공적기금이 활용되는 만큼 기존의 임금·복지 수준을 낮추지 않을 경우 국민 혈세만 낭비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