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가 새 월화극과 수목극으로 다시 한 번 비상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절치부심한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카드는 바로 ‘장르물’이다.
앞서 SBS는 지난 3월 말 종영한 월화극 ‘육룡이 나르샤’(이하 육룡)로 시청률 1위 가도를 달려왔다. 유아인 김명민 변요한 신세경 등의 인기에 힘입어 '육룡'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성공했지만, 후속작 ‘대박’은 ‘육룡’의 승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숙종 역의 최민수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으자 당초 의도와는 달리 숙종 분량이 지나치게 길어진 것. 때문에 왕위를 둘러싼 장근석-여진구 형제의 갈등 및 임지연과의 삼각관계는 밀도 있게 그려지지 못했다. 스토리 자체가 설득력을 잃으며 ‘대박’은 결국 시청자들에 외면당했고, 결국 꼴찌로 막을 내렸다.
‘수목극’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난 2월 종영한 ‘리멤버 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이 남궁민 유승호 박성웅 등의 호연으로 인기를 얻었으나 후속작 ‘돌아와요 아저씨’(이하 돌저씨)가 초라한 성적으로 안방극장에서 외면 받았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경쟁작인 KBS2 ‘태양의 후예’에 밀려 ‘돌저씨’는 결국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마지막회 시청률 2.6%를 기록하며 아쉬운 끝을 맺었다. 뒤이어 방송된 ‘딴따라’도 2위와 3위를 번갈아 하는 등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연속된 실패를 겪은 SBS는 마침내 ‘장르물’이라는 히든카드를 뽑아들었다. 앞서 지난해 ‘펀치’와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등으로 지상파에서 보기 드물었던 장르물을 연달아 성공시켰던 SBS다. ‘마을’은 시청률 면에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SBS를 ‘장르물 명가’로 떠오르게 만든 일등 공신이 됐다. 특유의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섬뜩한 스릴, 공포감을 제대로 연출해냈다는 평이다.
SBS는 이번 주중극장에 ‘메디컬’과 ‘스릴러’로 승부수를 던진다. 휴먼 메디컬 드라마인 월화극 ‘닥터스’에 더해, 자식을 잃은 여배우와 범인 간의 치열한 심리 게임을 그리는 ‘원티드’가 수목극으로 포진됐다. 앞서 ‘펀치’ 박정환 역으로 깊은 인상을 준 김래원은 ‘닥터스’를 통해 밝은 이미지로 변신할 계획이고, 박신혜는 캔디 이미지를 벗고 불량소녀 연기에 첫 도전한다. ‘엄포스’로 불리는 엄태웅은 ‘원티드’로 다시 한 번 그만의 ‘포스’를 뽐낼 것을 예고했으며, 김아중은 한 아이의 엄마 역으로 절절한 연기를 펼친다는 각오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드라마왕국이라 불렸던 SBS, 그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믿고 보는’ 배우진이 완성됐고, SBS가 자신하는 ‘장르극’이 빼곡히 포진됐다.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