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권호의 역학경영] 공자님도 점을 쳤다

입력 2016-06-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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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실제로 점을 쳤느냐는 유가(儒家)에서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덕을 행함으로써 점치는 것을 대신했다는 이덕대점설(以德代占說)과 점을 친 적이 없다는 부점론(不占論)에서부터 공자는 스스로 직접 점을 쳤고 또 그 결과를 믿었다고 보는 공자서점설(孔子筮占說) 등 견해가 크게 엇갈렸으며 유학자들이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유교의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역경(易經, 周易)의 성격에 대해서도 많은 논쟁이 있었다. 주역의 점서(占書)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고 도덕경전으로만 대하는 의리역설(義理易說)파가 있었고, 주역을 점서로만 대하는 점서역설(占書易說)파 등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 자연히 공자의 주역관과 실제로 점을 쳤는지에 대한 해석도 사람에 따라 큰 편차를 보여왔다.

이 같은 유학계의 오래된 논쟁은 신기하게도 1972년 1월부터 1973년 12월까지 발굴이 진행된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의 마왕퇴(馬王堆) 제1호, 제2호, 제3호 고분이 발굴되면서 속 시원하게 해결됐다.

마왕퇴 제1호 고분의 주인공은 신추(辛追)라는 이름의 한(漢)나라 초기 장사국(長沙國) 대후(軑候)의 부인(BC 165년 사망)이었으며 제2호 고분의 주인공은 장사국의 대후 이창(利創, BC 186년 사망), 제3호 고분의 주인공은 이창의 아들이자 2대 대후 이희(利豨, BC 168년 사망)였다. 대후는 당시 황제, 제후 다음으로 높은 직급의 고위 관리였다.

특히 제3호 고분에서 출토된 1000여 점의 부장품 중 옻칠한 궤짝에서 비단 위에 노자, 주역, 천문과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약 12만 자가 기록된 30개 종류의 백서(帛書)가 발견되었다. 30개의 백서는 기록된 시기가 모두 달랐고 글씨체도 달라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쓴 것이었다. 30개의 백서에 기록된 내용 중 몇 개만이 현재까지 전승되어 내려왔고 대부분은 오래전에 유실된 것들이었다.

▲마왕퇴 제3호 고분에서 발굴된 백서(帛書).
▲마왕퇴 제3호 고분에서 발굴된 백서(帛書).

이 백서들 중 주역과 관련된 기록들은 2만여 개의 글자로 이루어졌고 한 사람의 필체로 쓰였다. 사용된 비단 각장의 크기는 가로 85cm 세로 48cm 정도이다.

백서 주역에는 현재의 주역에는 없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주역점을 둘러싼 공자와 제자 간의 대화도 수록되어 있었다. 마왕퇴에서 발굴된 백서 중 주역과 관련된 것들은 백서주역(帛書周易)으로 불린다.

특히 주역점을 두고 공자와 제자 자공(子贛) 간에 나눈 대화는 백서주역이 발굴되기 전까지 후세에 전해지지 않았던 내용들이다. 적어도 묘소의 주인공이 생존해 있었던 약 2200년 전까지는 공자의 주역점에 대한 입장과 자세가 명확하게 전해졌으나 후대에 유학자들에 의해 공자의 가르침이 이론적으로 정리되고 공자가 신격화면서 주역점을 치는 공자의 인간적 부분들이 의도적으로 삭제되어 후세에 전승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역점을 즐겨 치는 공자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제자 자공(子贛)의 모습이 백서주역에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공자가 늙어서 주역을 좋아하여 집에 있으면 주역을 자리에 두었고 밖에 나갈 때는 행낭에 넣고 다녔다. 이에 제자 자공(子贛)이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옛날에 가르치시기를 덕행이 없는 자는 신령에 쏠리고 지모가 모자라는 자는 복서(卜筮)로 점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것을 지당한 것으로 여겼고 가르침을 열심히 따랐습니다. 그런데 스승님께서는 어찌하여 늙어 가시면서 복서(卜筮)를 그렇게 좋아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자는 곡척(曲尺, 직선을 그리는 목공도구)으로 말하는 법이니, 앞길이 길하면 그냥 가면 되는 것이고 불길하면 재주로 피할 수 있다. 그 요지를 살피는 자는 덕을 그르치지 않느니라. 상서에는 결손이 많지만 주역은 망실된 곳이 없어 옛말들을 전하고 있다. 나는 주역의 점술적 사용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니라.”

이어서 자공이 “스승님께서도 역시 서(筮)를 믿습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내가 백 번 점치면 칠십 번 적중했다. 역시 그 점을 꼭 따르는 경우도 많았느니라”고 답하고 있다.

백서주역에 나타난 공자와 주역에 관련된 사항을 종합해보면 공자는 늙어서(대략 49세 이후) 주역을 지극히 좋아했으며 공자 자신이 직접 서지(筮之)했고 서지 결과를 70% 정도로 믿었으며 주역점이 의미하는 대로 따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년에 주역점을 치는 공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세계적 정치사상가이면서 대성현으로 추앙받는 공자도 사실은 실패가 두려워 길흉을 점치는 보통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음을 보게 된다.

▲만세사표(萬世師表)라고 불리는 공자.
▲만세사표(萬世師表)라고 불리는 공자.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와 ‘공자가어(孔子家語)’ 곤서편(困誓篇)에 나오는 공자는 상갓집 개[喪家之狗]로 비유당하는 치욕을 당하면서도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웃어넘기는, 인내하면서 은인자중(隱忍自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자는 55세 때 노(魯)나라 조정의 대사구(大司寇: 현재의 법무장관)로서 일을 했지만 몇 년 후 실직했다. 그 후 공자는 위(衛)나라로 갔다가 다시 노나라로 돌아오기까지 14년 동안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도는 방랑생활을 지속했다.

공자가 의도한 바는 천하에 제대로 된 도(道)가 행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14년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을 중용해 줄 군주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공자의 도가 행하여지면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것을 염려한 간신들의 방해와 군주들의 우유부단함으로 그는 등용되지 않았거나 등용되더라도 오래가지 못했다. 공자도 자신이 생각한 군주의 그릇이 아니면 과감히 떠났다.

유가(儒家)에서는 공자의 떠도는 생활을 주유천하(周遊天下)라고 미화했지만 실제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14년간의 주유천하 중 죽을 고비를 네 번이나 넘겨야 했고, 그날그날 끼닛거리와 잠자리를 걱정해야 했고, 강도에게 포위되어 열흘 이상 굶주리는 상황도 있었다.

공자가 위나라에서 조(曹)나라와 송(宋)나라를 거쳐 정(鄭)나라로 갔을 때의 일이다. 공자가 제자들과 서로 길이 어긋나서 홀로 성곽의 동문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정나라 사람 누군가가 공자의 제자 자공(子贛)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문에 어떤 사람이 서 있었는데, 이마는 요(堯)임금과 닮았고 목은 순(舜)임금 때의 현인이었던 고요(皐陶)와 닮았으며, 어깨는 정(鄭)나라의 명재상 정자산(鄭子産)과 닮았습니다. 그렇지만 허리 아래로는 우(禹)임금보다 세 치나 짧고, 처량하고 축 처진 모습은 상갓집 개[喪家之拘]와 같은 몰골이었습니다.”

상갓집의 개는 먹이를 주는 주인이 죽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음식 찌꺼기를 형편 되는 대로 주워 먹어야 하는 개다. 주인이 없다는 것을 요즘 식으로 해석하면 직장도 없어지고, 돈도 떨어져,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자공은 이 말을 그대로 공자에게 전했다. 그러자 공자는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가 형용한 용모와 자태에 대한 표현이야 잘 들어맞지는 않지만 나를 상갓집의 개로 표현한 내용은 참으로 절묘하구나.”

천하의 도(道)를 생각하고 세계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던 위대한 정치사상가 공자도 운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일반사람들에게 별 볼일 없는 상갓집 개에 불과하다. 그것이 세상의 냉정한 이치이다.

공자는 상갓집 개에 비유당하는 치욕을 당해 속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쓰리고 자존심이 상했음에도 화를 내지 않고 웃어넘겼다. 공자 같은 성인도 운이 없을 때는 치욕적인 수모를 당한다. 동시에 참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한다. 하물며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이 비록 운 없는 시기를 맞이하여 어려움에 처했다고 해서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비굴해질 이유 또한 없다.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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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 기자로 13년간 활동. 미 UC Berkeley Extensions 경영학 해외연수. 한성대 부동산대학원 석사. 국무총리 표창. 명리, 풍수, 기문둔갑, 구성학 등을 공부. 특히 월인 김석희 선생에게 음양명리 이론 사사. 논문·저서: 현공풍수 대공망 좌향분석, 맹파실전요강(편저). 현재 (주)인슈라인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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