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경쟁에 직면한 국내 대학의 문제는 더욱 위태롭다. 야성이 없는 국내 대학들이 처음 접해 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90만명에 육박했던 수험생은 앞으로 수년 안에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강력한 대체자의 등장이든 제품 수명 주기의 끝자락에 있든,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한 제품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많지 않다. 그리고 대학이 선택한 소생 전략은 경쟁력 평가라는 미명 하에 진행된 대학의 서열화와,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사업들의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학의 상업화다. 물건을 팔아 돈을 벌어야만 상업화가 아니다. 연구·교육·봉사라는 대학의 3대 의무와 가치가 정부 지원금 앞에 매몰되고 상실되어 버렸다면, 이것 역시 상업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교과부의 대학재정 지원이나 여러 사업들의 평가지표를 보면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등은 항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정원 조정과 학과 통폐합, 각종 지표 달성의 여부는 사업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마디로 취업이 잘되는 학과가 많으면 재정 지원을 더하겠다는 것이며, 구조 조정을 많이 하는 학교에 뭉칫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자명하다. 당장 2017년도부터 인문·사회·예체능의 정원이 1만명가량 줄어들게 된다. 인문교육을 강조하고 다양한 체육수업과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국의 대학들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생각해 보자. 대학 체질 개선의 핵심은 정부 지원금의 획득 여부인가? 그렇지 않으면 양질의 교육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건강한 가치와 시스템의 확보인가? 학문의 장인 대학에까지 구조조정과 같은 시장의 논리를 적용하려면, 회사(대학)가 누구 덕택에 존재하고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회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소비자가 그들의 제품을 구매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가 회사를 외면하는 순간 회사는 사라지게 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높은 등록금 의존율 때문에 학생의 감소가 대학의 재정 건정성을 악화시킨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소비자인 학생을 찾아가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경쟁력 제고라는 미명 하에 소비자인 학생들과 대화 한 번 없이 학과를 없애버리거나 정원을 조정해버리는 대학.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서도 위로부터의 정부 돈줄에만 매달리는 대학. 소비자인 학생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이 아니라 공급자인 대학 중심의 일방통행과 불통을 일삼는 대학. 기업인가? 아니면 대학인가?
사업자 등록증에 새겨진 대학의 사업 종류는 비영리·서비스·학교·연구·개발인 ‘교육 서비스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교육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합당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응당 대학의 의무다. 온 나라도 모자라 대학에서까지 생존 경쟁을 경험해야 할 우리 젊은이들. 지금 그들이 받고 있는 교육과 서비스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대학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