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은행권 대출 여력 확대…부동산 시장 붕괴 우려에 돈풀기 시동

입력 2016-07-06 08:25 수정 2016-07-0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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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결정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비해 은행권 대출여력 확대에 나섰다. 은행들의 경기대응 자본완충 비율을 낮춤으로써 사실상 은행권에 대한 자본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영란은행은 5일(현지시간)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은행들의 경기대응 자본완충 비율을 0.5%에서 0%로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의 가계·기업대출 여력이 최대 1500억 파운드(약 226조원)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경기 대응에 필요한 완충자본 비율이 낮아지면 보유해야 하는 자본이 감소해 그만큼 대출 여력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난 3월만 해도 영란은행은 이 비율을 0.5%로 상향 조정하고, 향후 1%까지 올릴 예정이었으나 방침을 바꿔 2017년 6월까지 0%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영란은행은 “일부 위험들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면서 “현재 영국 금융안정 전망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영란은행이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 리스크다. 영국은 금융위기 이후 자국 내 부동산 거래의 45%를 해외 투자자에 의존해왔다. 일각에서는 투기자금이 유입되면서 런던 중심가 우량 매물에 대해서는 거품 우려마저 나올 정도 정도로 그간 영국 부동산의 인기는 뜨거웠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자금 흐름이 역회전할 조짐이 나오고 있다. 영란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외국자본 유입은 전년 동기보다 약 50% 감소했다. 이는 영국이 EU에서 이탈하면 유럽 단일시장 거점이나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 가치가 떨어져 상업용 부동산 구매 의욕도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은행의 부실채권이 증가하면 신용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이날 런던증시에서 부동산 펀드와 부동산 개발 관련 업체 주가는 3~7%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최근 부동산펀드 주가 급락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조정 리스크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영란은행이 부동산을 비롯해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을 위해 조만간 추가 완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키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올여름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할 것 같다”며 추가 완화를 시사했다. 또 조지 오스번 영극 재무장관도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재정 기조 전환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영란은행은 오는 15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이튿날 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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