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높은 이율을 보장하는 양로보험을 대거 판매하며 자산 확대에 나섰던 한화생명이 고금리 역마진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양로보험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저축성 보험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보증이율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금리 부담이 큰만큼 자산운용 수익률이 따라주지 못하면 손해가 날수 있는 상품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한화생명의 책임준비금 평균 부담금리는 4.98%로 주요 상장 생보사들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4.69%. 동양생명은 4.3%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판매했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다, 최근까지 팔아치운 높은 최저보증이율의 양로보험상품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화생명은 최저보증이율이 2.75%인 ‘스마트63저축보험’을 지난해 10월에만 일시납으로 약 3000억 원 이상 판매했다. 당시 삼성생명·교보생명 등 경쟁사 상품들은 최저보증이율이 1.5%대에 불과했다.
한화생명은 역마진 등의 이유로 이 상품 판매를 4월1일부로 중단했다.
하지만 이미 팔아치운 상품들은 계속해서 역마진 리스크 해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현 4%대인 자산운용수익률이 최저보증이율인 2%후반대를 지속적으로 능가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1분기 기준으로 최저보증이율이 2.5~2.75% 사이인 준비금 비중이 금리연동형 부채 내 34.3%로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한화생명이 저축성보험을 대거 늘린 데엔 1%포인트라도 이율을 높여 단기에 외형과 수익성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보험사가 저축성보험 일시납 비중을 늘리면 외형을 키우고 단기간 내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일시 납부는 매월 정기적으로 보험료를 내는 월납과는 달리, 보통 10년치 보험료를 납입하는 방식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타사들이 지금도 높은 수준의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하는 양로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것과 달리 자사는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동양생명과 KDB생명은 타사 대비 높은 수준의 최저보증이율(2.38%)을 보장하는 저축성보험을 판매중이다. 흥국생명(2.35%), 동부생명(2.35%) 등도 타사보다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동양생명의 최저보증이율은 지난 4월 2.38%로 내리기 전까지 2.85%로 더 높았다.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을 인수한 안방보험이 본격적으로 자산부풀리기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였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의 든든한 지원과 자산운용 노하우 덕에 높은 최저보증이율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는 입장이다. 동양생명의 1분기 자산운용수익률은 4.33%로 지난해에 비해 0.06% 포인트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과거부터 팔아온 확정형 고금리 부채 비중이 생보업계 최고 수준인 것도 부담이다.
한화생명은 보험계약 부채 중 고정금리 부채 비중이 49.7%로 삼성생명 43.8%, 동양생명 35%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화생명은 고정금리 부채에서도 금리 6%이상 비중이 64.9%에 달한다.
과거 고금리 상품 판매로 골머리를 앓는 삼성생명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운용 수익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한화생명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4.7%에서 올 1분기 4%로 떨어졌다. 초저금리 시대에 고금리로 운용할 자산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 판매를 중단했지만 이미 팔아치운 건 자산운용수익률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애초 자산 100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시납 저축성 보험을 판매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