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기금이 대체투자 부문을 강화하면서 조직개편에서도 관련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달 11일 시행한 인사이동에서 운용전략실장에 양영식 해외대체실장을 임명했다. 운용전략실장은 자산배분을 총괄하는 요직으로 선임실장 자리다. 조직 내에서는 기금운용본부장 다음으로 높은 직책이다.
양 실장이 대체투자 전문가라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부문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양 실장은 장기신용은행과 한국기술투자를 거쳐 2005년 국민연금에 입사했다. 이후 대체투자팀장, 대체투자실장 등을 역임하며 전문성을 쌓아왔다.
양 실장 이동으로 생긴 공석에는 대체투자 전문가인 유상현 국내대체실장이 수평 이동했다. 유 실장 역시 국내 대체투자부문을 총괄하기 전 해외사모팀장을 맡아 관련 업계에 정통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은 4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대체투자실에 대체투자관리팀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리스크관리센터도 기존 리스크기획팀과 리스크관리팀을 증권리스크관리팀, 대체리스크관리팀, 성과분석팀으로 각각 나눴다. 분야별로 수익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한 것이다.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도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강화에 초점을 두고 외부 전문 인력 확충에 힘쓰고 있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달 새 투자운용본부장(CIO)에 첫 민간 운용 전문가 출신인 강신우 본부장을 선임하며 향후 투자 방향성을 내비쳤다. 강 본부장은 한화자산운용 사장이던 2014년 국내 처음으로 미국 셰일가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한화 에너지 인프라 MLP 특별자산 펀드’를 조성하는 등 신규 영역 발굴에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다. KIC는 지난해 말 대체운용센터를 신설하고 기존 사모주식팀과 부동산인프라팀 등 총 3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기도 했다.
행정공제회는 지난 1월 신임 주식팀장으로 이돈규 전 동양자산운용 헤지펀드 본부장을 영입했다. 이 본부장은 액티브운용은 물론 투자공학운용 등 퀀트 전문가로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을 거쳤다. 경찰공제회도 기존에 경찰 내부인사로 수혈됐던 금융투자이사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고자 3월 이사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킨 상태다.
공무원연금은 해외 투자 전담 조직을 새로 마련하고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4.1%인 대체투자 비중을 2020년까지 2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운용업계 전문가는 “그간 방어적인 운용에 그쳤던 연기금과 공제회가 수익률 강화를 위해 점차 외부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도 민간 기업보다 처우가 낮아 몇몇 전문가는 제의를 받고도 이직을 꺼린다”며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능력 있는 전문가 영입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