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달 19일 김경환 국토부 1차관은 서울 모 호텔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건설사 사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김 차관은 지난해 건설업계가 약속한 사회공헌기금 모금이 미흡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약속이행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사회공헌기금 출처는 지난 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지난 해 광복절을 맞아 사면을 실시했는데 당시 건설사들은 담합 등으로 관급공사 입찰 제한 해제 등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건설업계는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약속했고 이어 지난 해 11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 설립을 위한 발기인 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열린 총회에서는 초대 재단 이사장으로 이상대 전 삼성물산 부회장이 선출됐고 주요 건설사 대표와 정부·학계 인사 등이 이사진을 맡았다.
재단은 사회공헌기금이 조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년여가 흐른 지금 모인 기금은 50여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로 인한 논란이 제기됐고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건설사 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정부까지 나서서 압박하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확히 2000억이라는 액수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사면받은 70여개 건설사에서 많은 기금을 낼 만한 곳은 10여개사에 불과하지 않느냐”면서 “지난해 건설사별로 수십억에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낸 상황에서 정부가 사회공헌기금까지 내라고 압박하다보니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사면 전과 후가 다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사면 당시에는 뭐든지 할 것처럼 해놓고 이제와서 못하겠다고 하는 건 결국 건설업계의 신뢰성만 떨어트릴 뿐”이라며 “최근 실적도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약속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업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건설업계가 한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건설경제과 관계자는 “재단의 기금 마련은 업계가 약속한 부분이니만큼 주무부처로서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면서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과 약속한 부분이니만큼 성의라도 보이는 것이 맞는 일이다”고 강조했다.